몸이 보내는 ‘뇌졸중’ 신호일 수도 모르는 어지럼증의 원인과 증상
몸이 보내는 ‘뇌졸중’ 신호일 수도 모르는 어지럼증의 원인과 증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4.09 15:25
  • 호수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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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은 진단되는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사진은 안진검사를 통해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어지럼증의 원인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유성선병원
어지럼증은 진단되는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사진은 안진검사를 통해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어지럼증의 원인을 평가하는 모습. 사진=유성선병원

말초성 어지럼증은 이석증 등이 원인… 발음 곤란 땐 ‘뇌혈관질환’ 의심 

혼자 서있기 어렵거나 눈앞이 캄캄한 증상 계속되면 병원 찾아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어지럼증은 주위 사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증상을 통칭하는 말로 의학용어로는 ‘현훈’(眩暈)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76만3442명에서 2019년 94만951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진정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뇌가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빙빙돈다’, ‘어지럽다’는 표현과 현기증, 어지럼증은 서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정상적인 어지럼증은 시각을 통한 과도한 자극으로 공간 감각을 평소와 같이 인지할 수 없어서 발생하지만, 병적인 어지럼증은 평형감각 기관에 이상이 생겨 신경계의 기능이 적절하지 못할 때나 공감각에 대한 불안정한 처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높은 고층 건물 위에서 아래를 쳐다보거나,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보고 있을 때 느끼는 어지러움은 정상적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통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지럼증과 함께 속도 울렁거리고 움직일 수도 없으며 물체가 두 개로 보인다면 병적인 어지럼증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어지럼증의 원인과 증상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이석증, 전정신경염 등 우리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말초성 어지럼증’이다. 이 경우의 어지럼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물치료나 재활 훈련을 통해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심장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의 맥박이 분당 40회 정도로 느려지거나 기립 시 분당 120회 이상이 지속되면 실신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3개월 이상 어지럼이 지속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데도 각종 검사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없다면 기능성 전정질환 중 하나인 ‘지속성 체위-지각 어지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어지럼과 자세 불안을 느끼면서 자신의 움직임이나 주위 물체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복잡한 시각 자극에 노출되면 증상 악화를 호소한다.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어지럼증도 있다. 뇌혈관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중추성 어지럼증’이 그렇다. ▲극심한 어지럼증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 ▲어지러우면서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는 경우 ▲어지럼으로 도움 없이 혼자 서 있거나 걷기 어려운 경우 ▲구토감이 매우 심하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경우 ▲말이 어눌하거나 상·하지의 위약감이 동반되는 경우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한 경우 등의 증상을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자주 경험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어지럼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증상만으로 중추성 어지럼증과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진현 유성선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위와 같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생기거나 극심한 두통이 동반된다면 빠른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경우 머리 뒤쪽으로 지나가는 기저동맥 및 척추동맥의 협착이나 동맥박리로 인해 소뇌와 뇌간에 뇌졸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지럼증 진단과 치료 방법

어지럼증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증상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설명해야 하며, 원인이 될 만한 사건이나 인자에 대해 의료진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진단이 수월해진다. 

일부 환자의 경우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귀로 인한 어지럼증을 의심,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다 뇌졸중 진단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지럼증 진단은 양발 또는 한쪽 발을 특정 위치나 모양으로 지면을 딛고 서 있게 한 후 30초 정도 관찰하는 ‘전정기능검사’와 신체의 치우침을 측정하는 ‘편의검사’, 수직 운동을 담당하는 이석기관인 구형낭의 기능을 검사하는 ‘유발전위 검사’, 안구운동을 확인하는 ‘안진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중추성 어지럼증이 의심되면 뇌 조직 및 뇌혈관의 이상 유무를 살펴보는 MRI(자기공명영상)와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 경동맥초음파 검사,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의 경우에는 이석정복술(이석을 원위치로 돌리는 시술)을 시행하면 1주일 안에 호전되며, 뇌혈관질환이 원인이라면 혈관재개통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김 전문의는 “어지럼증은 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으로, 뇌졸중을 경고해 주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면서 “고령이나 만성질환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 갑자기 어지럼증이 발생하거나 반복되는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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