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회복 탄력성을 키우자/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회복 탄력성을 키우자/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1.04.16 14:13
  • 호수 7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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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힘든 치료 잘 이겨내는 분들은

평소 운동, 영양관리 등을 통해

기초체력 잘 유지된 경우 많아

치료과정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가족유대 좋은 어르신도 잘 회복

한동안 외래 진료에 오시지 않던 90세 할머님이 오랜만에 휠체어에 앉아 아들 내외와 같이 병원을 방문하셨다. 그동안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로 외부 병원에서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받고 재활병원에서 지내다가 회복되어 외래에 오셨다고 한다. 

16년 전인 병원 개원 초기부터 고혈압, 당뇨병으로 외래에서 꾸준하게 진료를 받으셨던 환자분이다. 그동안 요로감염, 심근경색, 폐렴 등 여러 질환으로 입원하기도 했고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한 적도 있었다. 

항상 의료진을 반겨 주시고, “다시 식욕이 나는 것을 보니 죽지 않고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회진 때 웃는 얼굴로 농담을 하시기도 했던 분이시다. 외래에 오셔서 “이번에는 진짜로 고생했어, 겨우 살아났다구”라고 말씀하시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걷기 시작하셨다고 하니 이번에도 건강하게 회복하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80세가 넘어서 암, 심근경색, 뇌졸중, 감염성 질환 등의 위중한 질환에 걸리게 되면 수술이나 시술 등의 치료과정이 쉽지 않다. 또 병원에서는 잘 치료되었다고 해도 퇴원 후 충분히 회복하여 이전 상태로 완전하게 복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환자분이나 가족들 중에는 무엇이 잘못된 것 아닌가 궁금해하시기도 한다. 

그래서 고령의 환자분과 그 가족들은 중병에 걸리게 되면 수술 등의 힘든 침습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게 고생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면서 “선생님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거나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시는 경우가 흔하다. 

젊은 연령의 환자에 비해 노인 환자들은 질환에서 회복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노인 환자 중에서도 회복이 쉽지 않은 큰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거뜬하게 이겨내고 치료 전 상태로 완벽하게 회복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보니 여러 가지 질환을 진단받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질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잘 회복하고 치료 결과가 젊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질병으로 인한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요인이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의 힘든 치료를 잘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회복하는데 중요할까? 다음과 같은 3가지 요인이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고 회복하는 노인 환자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첫 번째는 신체적인 예비능력이라고 하는 기초체력이 잘 유지된 경우이다.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예정된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노인포괄평가’라는 검사를 수행해보면 보행속도, 근력 등의 여러 신체기능이 잘 유지되어 있는 분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고 힘든 치료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을 잘 극복하고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경험했다. 

따라서 평소에 운동, 영양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을 철저히 하고 있다면 노년의 복병인 예기치 않은 질병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같은 질병에 걸려 치료를 앞두고 있어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환자분들이 보다 잘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치료 전과 같이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호전되어가는 과정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치료 결과가 좋았다. 마지막으로는 가족들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경우 회복에 도움이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가 튼튼하고 서로 지지해 주는 가족들의 노력이 있으면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노인의학에서는 노인 환자가 가지고 있는 회복 탄력성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상태라면 기능 저하나 질병에 의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고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평소에 신체적 예비능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섭취에 신경 쓰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족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유대감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아무리 커다란 시련이 닥치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더라도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늙어도 늙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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