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발레리노의 꿈, 노년에 활짝 핀 나빌레라
어릴 적 발레리노의 꿈, 노년에 활짝 핀 나빌레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16 15:15
  • 호수 7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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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tvN 드라마 ‘나빌레라’
이번 작품은 ‘노인은 발레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청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에 나선 칠순 노인의 이야기를 다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극중 주인공 ‘덕출’(박인환 분)이 발레 연습을 하는 모습(왼쪽)과 발레 선생님 ‘채록’(송강 분).
이번 작품은 ‘노인은 발레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청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에 나선 칠순 노인의 이야기를 다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극중 주인공 ‘덕출’(박인환 분)이 발레 연습을 하는 모습(왼쪽)과 발레 선생님 ‘채록’(송강 분).

8800만 조회수 올린 동명의 웹툰이 원작… 칠순 노인 발레 도전기 담아 

혹독한 훈련 받아 발레리노로 거듭나는 덕출 통해 감동과 웃음 선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드라마 ‘나빌레라’의 어르신께서 걱정 없이 발레를 배우실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마련하고 싶다.”

지난 4월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SNS에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나빌레라’를 언급해 큰 주목을 받았다. ‘나빌레라’는 칠순에 접어들어 어릴 적 꿈이던 발레에 도전하는 ‘덕출’(박인환 분)과 무의미한 삶을 살다 그의 발레 선생님이 된 청년 ‘채록’(송강 분)의 성장 드라마다. ‘노인은 발레를 절대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6년부터 1년간 연재된 동명의 웹툰(인터넷 만화)을 원작으로 한다. 연재 당시 88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나빌레라’는 조지훈의 시 ‘승무’에 등장하는 말인데, ‘나비 같다’ ‘나비처럼 살포시 앉은 자세’ 등을 뜻한다.

작품 속에서 덕출은 남들이 늦었다고 말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가슴속에만 품어왔던 꿈을 향해 황혼의 도전을 시작한다.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도전에 나선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꿈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면서 인생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세대 통합의 방향성 제시

또 이번 작품이 인상적인 것은 노년의 꿈을 청년의 꿈과 다를 바 없다고 강변하는듯 덕출의 발레도전기를 진지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흔히 드라마에서 황혼기의 꿈은 노후의 취미나 더 늦기 전 시도하는 ‘버킷리스트’ 정도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헌데 덕출은 다르다. 그에게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는 실제 발레리노(남성 발레 무용수)처럼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이를 통해 작품은 노인은 그저 남은 삶을 의미 없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향해 나아가며 성장하는 존재로 다룬다. 

특히 일흔 할아버지 덕출과 스물셋 청춘 채록의 우정과 도전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덕출은 마지막 열정을 깨닫는 순간 채록을 만나고, 채록은 고된 삶이 힘겨워 열정이 희미해지던 순간 덕출을 만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삶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세대 간 갈등으로 분열이 우려되는 현재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남성 무용수 소재도 신선

‘발레리노’라는 신선한 소재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비결 중 하나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발레리노, 발레리나의 고혹적인 춤사위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며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도 빛난다. 그 중심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인환이 있다. 가슴 깊이 담아뒀던 발레의 꿈을 꺼내든, 은퇴한 우편배달원 덕출로 분한 그는 발레 앞에서 항상 두 눈을 반짝이는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속 덕출처럼 박인환에게도 발레리노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실제 6개월간 발레 레슨을 받았다는 박인환은 앞서 진행된 ‘나빌레라’ 제작발표회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 생각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연배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이번 작품의 감동은 안방극장에서 무대로 이어진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가 5월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가무극 ‘나빌레라’는 웹툰,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3대에 걸친 사연을 집중적으로 담는다. ‘발레’라는 순수예술을 매개로 세대간의 화해를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발레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덕출이 왜 이렇게 발레를 꿈꾸는지에 대한 이야기, 기회를 갖지 못하는 요즘 20대의 이야기,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기성세대인 큰아들 성산까지 3대에 걸친 스토리와 그들 사이의 화해를 좀 더 부각하는 방향으로 재정비 중”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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