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철마’가 2년여 동안의 보존처리과정을 마치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경의선 철교 옆에 교각만 남아있는 옛 경의선 철로에 보존된다.
문화재청은 8일 임진각 관광지 보존센터에서 포스코의 기술 및 재정 지원을 받아 2006년에 시작한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에 대한 과학적 보존처리 작업을 완료하고 그 간의 과정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한국전쟁 당시 경의선 장단역에 멈춰서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철마’의 방치당시 모습(상단)과 복원된 후의 모습.
보존처리를 위해 2005년 11월 20일 장단역 인근에서 현재의 장소로 옮겨진 증기기관차는 1년여 동안 정밀조사를 거친 뒤 2007년 12월부터 1년 동안 구조보강과 녹 제거, 보호코팅제 도포 등의 작업을 진행, 최근 보존처리작업을 완료했다.
이 증기기관차는 산악지형에 적합하도록 일본 가와사키사가 1943년~1945년 제작한 길이 15ｍ, 폭 3.5ｍ, 폭 4.5ｍ, 무게 80t 마터2형 중형 기관차로 후미의 운전실과 탄수차가 없어진 상태였다.
보존처리를 맡은 경주대 문화재연구원 측은 기관차가 화실, 보일러실, 연실 등으로 구성돼 부품마다 특성이 다르고 마모성 부품이 많아 보존처리 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 증기기관차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12월 31일 폭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사 한준기(82)씨가 황해도 한포역에서 북한 화물열차를 후진 운전해 개성역을 거쳐 그날 밤 10시께 장단역에 이르렀을 때 멈춰 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체에는 1020개의 총탄 자국이 발견됐으며 기관차 앞부분 연실 부분은 2㎝ 두께의 철판이 심하게 훼손되고 철제 바퀴 4개도 충격으로 파손된 상태다.
또 보존처리 과정에서 기관차와 관련된 파편 292점과 레일 관련 파편 등 모두 425점의 부품이 나왔으며 연실에서는 50㎝ 두께로 쌓인 흙속에서 높이 2.5ｍ 가량의 산뽕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어 보존센터 인근에 옮겨 심었다. 이 나무는 기관차를 최종 보존장소를 옮길 때 기념식수로 심게 된다.
증기기관차는 앞으로 경기관광공사에서 맡아 관리를 하게 되며 6개월간의 설계작업과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교각만 남아있는 임진강 남쪽 독개다리(옛 경의선 하행선) 입구에 보존될 예정이다.
경주대 문화재학부 안병찬 교수는 “5㎝ 두께의 녹을 제거하면서 추가 부식을 막고 문화재의 특성을 살려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지속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기관차의 제작과 운행 등 직접 연관된 자료를 수집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증기기관차의 의의를 홍보하는 등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의선 기관차는 붉게 녹슬고 부식된 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된 까닭에 남북 분단의 상징물로 통하다 2004년 6월 문화재로 등록됐으며 2005년 9월 포스코가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맺고 임진각 관광지내 보존센터로 옮겨져 2년여 동안 보존처리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