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57] 디지털 포렌식
[알아두면 좋은 지식 57] 디지털 포렌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23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등 정보 분석해 범죄 단서 찾는 수사기법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양모 장씨) “그게 좋을 것 같다. 번거롭겠지만.”(양부 안씨)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 끝에 사망하게 만든 양부모가 정인이에 대해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지난 4월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에서 열린 두 사람의 재판에서 검찰은 양부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고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디지털 포렌식은 PC‧노트북‧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현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 정보를 디지털 기기에 남기고 있다. 설령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메시지를 삭제했다고 해도 이를 복원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범죄수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보통 데스크탑, 노트북, USB, 외장HDD, SSD와 같은 저장매체를 복원하는 ‘컴퓨터 포렌식’과 스마트폰의 메신저와 통화기록, 사진과 인터넷 사용 기록을 복원하는 ‘모바일 포렌식’, 기업에서 사용하는 정보기반 시스템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복원하는 ‘데이터베이스 포렌식’ 등으로 나뉜다. 휴대폰을 초기화해도 그 기록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거 확보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검찰도 이러한 점 때문에 2008년 대검찰청 옆에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열고, 마약·유전자·위조문서·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는 장비를 갖춰 증거물 감정과 감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7년 이전 4명 수준이던 전문인력을 30여명으로 늘리면서 카르텔(담합) 조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사 기능이 있는 고용노동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까지 확대됐다.

민간분야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 내 비리, 횡령 등을 정기 조사하고 관리하는 감사팀이 외부 로펌이나 보안 컨설팅 회사를 통해 내부 횡령, 비리 등을 정기적으로 적발하거나 예방하는 데 활용한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 시장이 커지면서 그림자도 함께 짙어지고 있다. 일반 검색사이트 검색창에 ‘하드디스크 복원’, ‘스마트폰 복원’ 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100여개 이상 업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낮은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복원 관련 무료 소프트웨어도 찾을 수 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쓰다가 망가졌거나 고장 났을 때 주로 이런 곳을 찾는데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을 한 사설업체에 맡겼다가 업체 담당자가 돌변, 되레 외도가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를 주변 지인들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해 곤욕을 치른 사람들도 있다. 신분증 확인 등 나름의 보안 절차를 강조하는 업체도 있지만 본인 확인 외 가족, 지인이라고 얼버무려도 남의 스마트폰이나 PC를 복원해주는 업체가 적잖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