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는다고 류마티스 악화되진 않아… 중증인 경우는 의사와 상담
생물학적제제는 투약 중단한 뒤 접종…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백세시대=배지영기자] #1. 45세 이을지(가명) 씨는 2년 전부터 손가락 관절 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손이 뻣뻣한 증상이 오랫동안 계속돼 병원을 찾았고 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받았다. 처음에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좋아졌으나 최근 약을 잘 복용하지 않으면서 증상이 악화해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메토트렉세이트약을 처방받았다. 이씨는 코로나19 백신을 언제 맞는 것이 좋을까?
#2. 52세 김노원(가명) 씨는 5년 전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던 중 증상조절이 잘 되지 않아 1년 전부터 생물학적제제인 아바타셉트 주사를 1개월마다 맞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백신을 언제 맞는 것이 좋을까?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 백신 혈전 안전성 논란에 잠시 연기·보류됐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됐다. 희귀 혈전증 위험이 큰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백신 접종을 차질없이 이어간다는 게 방역 당국의 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크다. 류마티스 질환은 면역시스템이 교란돼 발생하는 질환이고, 많은 환자들이 면역억제제를 치료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류마티스질환 환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언제, 어떻게 투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접종 여부에 대한 문의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에 노원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의 도움말로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함께 답을 소개한다.
-류마티스질환 환자, 코로나19 백신 맞아도 되는지?
“일반적으로는 류마티스질환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할 이유는 없다. 현재 발열이나 감염 등의 증상이 없다면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백신을 맞아도 된다.”
-백신을 맞으면 류마티스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그렇지 않다.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류마티스질환이 악화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백신 자체와 관련된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제외하고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류마티스질환 환자 중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는지?
“중증의 류마티스질환을 앓고 있다면 백신 접종 시기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중증 환자들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 △리툭시맙, 아바타셉트 등 생물학적제제 주사 치료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약제들은 중증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는데 백신을 맞은 후 항체 생성에 영향을 줘 백신 효과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끝나거나 생물학적제제 주사 휴약 후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환자라면 담당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 후 접종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하면 면역억제제를 포함한 항류마티스 약제를 변경해야 하나?
“대부분의 항류마티스 약제들은 복용을 중지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없다. 다만, ‘메토트렉세이트’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백신 주사 후 1~2주 휴약하는 게 좋다. 앞서 말했듯이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치료가 끝난 이후 백신을 맞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류마티스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현재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백신을 맞는 것이므로 당연히 환자들에게도 백신 투여가 필요하다. 또한 류마티스질환이 있다고 해서 일반인보다 백신 접종을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백신 접종 전에 현재 질병 상태와 치료 약제만 잘 확인하면 된다.”
◇류마티스질환, 완치 가능한가?
류마티스질환의 치료는 완치라는 개념으로 치료하지 않는다. 완치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언제든지 재발을 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5~10%는 치료를 하면서 재발 없이 증상이 호전되는 경과를 보이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평생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증상이 재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류마티스질환의 치료목표는 완치가 아닌 ‘관해’라고 할 수 있다. 관해란 ‘3개월 이상 류마티스질환의 증상이 하나도 없는 건강한 상태’를 말한다. 관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치의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금연 및 금주,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은 류마티스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고 약물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며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주 사망 원인인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이므로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술의 경우 하루 소량의 한두 잔 음주는 류마티스질환에 크게 해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간 손상 등의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어 가능한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 위축을 막고 관절 주변 조직을 강화시켜 관절을 보호하고 관절 운동 범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운동은 골 감소를 줄이고 통증 호전에 도움이 되며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운동과 휴식은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관절이 붓고 열이 난다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면서 “수중운동, 태극권, 요가와 같은 적극적인 운동이나 간단한 걷기까지 대부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의 운동이 좋다”고 전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