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국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30 13:55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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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3조원대로 추산되는 고 이건희 회장이 평생 모은 미술작품 중 상당수가 국가에 기증될 지도 모른다.”

지난 4월 14일 미술계를 화들짝 놀라게 한 소식이 흘러나왔다. 일명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대량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었다. 이 회장은 자동차와 스포츠 그리고 미술 애호가로 알려졌다. 경기 용인의 삼성교통박물관에는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자동차의 일부만 전시돼 있는데도 그 면면이 화려하다. 또 삼성 라이온즈(야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축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배구) 등 국내에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의 프로구단을 운영하면서 한국 스포츠 발전을 견인했다.

뿐만 아니라 미술 사랑도 남달랐다. 이 회장은 선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뒤를 이어 고미술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수집 활동을 계속해 개인 자격으로 국보급 문화재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다.

기증은 사실이 됐고 기증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고미술품과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고 4월 28일 발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한 고미술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등 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됐다.

이중 인왕제색도는 조선 영조 27년(1751)에 그려진 것으로 가로 138.2㎝, 세로 79.2㎝에 정선이 남긴 그림 400여 점 중 가장 큰 편에 속하고, 그의 화법이 잘 나타난 조선 회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가격은 300억∼1000억원으로 평가된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을 비롯한 국내외 거장들의 근대미술 작품 1600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기증 목록에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 등 한국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서양미술 걸작들도 기증된다. 

여전히 국내에는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영화관에 비해 미술관‧박물관에 가는 사람이 현격히 적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이건희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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