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미얀마의 사회주의경제와 한국의 시장경제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미얀마의 사회주의경제와 한국의 시장경제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4.30 14:21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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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1961년 한국과 미얀마에서

나란히 군사정부 출현했지만

시장경제 택한 한국 선진국 도약

사회주의경제 택한 미얀마는

최빈국으로 후진성 못 면해

미얀마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사망자가 700명을 훌쩍 넘었는데도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행동에 대해 강한 비판과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모든 민주화 시위에 대해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진영을 대표한 ‘연방정부대표위원회(CRPH)’는 소수민족 무장조직과 함께 국민통합정부 출범을 선언함으로써 미얀마 사태는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1983년 10월 9일 발생한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에서 당시 동력자원부 장관이었던 형님을 잃었다. 또 2010년대 초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유사한 미얀마개발연구원(MDI) 설립을 돕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추진단 단장으로 여러 차례 미얀마를 방문한 적이 있어 작금의 미얀마 사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1960년대 초 미얀마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화와 더불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하였으나, 미얀마는 1인당 국민소득 1400달러의 최빈국인 상태에서 군부독재, 민주화 시위, 그리고 군부에 의한 강경 진압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한국과 미얀마에서의 상반된 결과는 시장경제와 사회주의경제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이 집권했고, 미얀마에서는 같은 해 네윈 장군의 군사정부가 출범했다. 양국이 집권 방식은 같았으나, 집권 후 정책 방향은 전혀 달랐다. 

박정희 정권은 미국 정부가 파견한 경제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정책 목표를 수출산업 육성에 두고 각종 경제정책을 과감히 개혁했다. 박정희 정부가 비록 사회주의 방식인 5개년계획을 추진했지만, 민간 기업이 수출 활동의 주체가 됐고, 이들은 치열한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성장·발전했다. 그 결과는 국제사회에서도 대표적인 경제발전 성공사례로 알려진 ‘한강의 기적’이었다.

반면, 네윈 정부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주요 기업을 국유화했고, 철저히 대내지향적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얀마 경제는 저성장과 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의 시장경제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미얀마의 사회주의경제는 대실패를 거듭함으로써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되었고 미얀마는 아직도 최빈국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존경하는 인물로 사회주의 노선을 택한 인도의 네루 수상과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을 꼽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수출산업 진흥을 경제 운용전략으로 선택한 것은 미국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미얀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국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 초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박정희 정권은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와 달리, 경제는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를 택하는 이른바 ‘박정희 패러다임’을 구사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박정희 패러다임’은 중국 덩샤오핑 정부가 1980년대 개방화 정책을 펼칠 때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베트남 역시 같은 전략을 채택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얀마의 사회주의경제에서는 주요 경제활동을 군부가 직접 장악함으로써 한 세력이 정치와 경제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한국에서는 창출된 부(富)의 대부분이 민간 기업에 귀속됨으로써, 권력자가 부까지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경제성장에 따라 국민 다수가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정치적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정치 민주화도 지속적으로 고도화되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와 1998년 김대중 진보정권 출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결국, 1961년 박정희 군사정부는 시장경제를 택했으나 네윈 군사정부는 사회주의경제를 선택한 결과가 한국은 경제도약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반면, 미얀마는 둘 다 이루지 못해 지금까지도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억압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경제의 우월성과 사회주의경제의 치명적 약점은 남북한의 상황을 비교해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아직도 사회주의경제를 추종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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