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디카시 산책]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1.05.14 13:52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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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목을 졸라 숨 막히게 하는 경고는

이미 와 있었다

한 치 앞만 보고 살아 모른 척 했다

 

이제 벌 받을 일만 남았다


황사가 온 대지를 뒤덮은 날 마스크를 쓰고도 목 안이 칼칼했다. 황사에 섞인 미세먼지는 눈으로 귀로 온 몸을 덮쳐 문 밖조차 나서는 걸 두렵게 했다. 불가항력이었다. 인간의 힘이 얼마나 무력한지 실감하게 했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을 닫고 숨죽이며 웅크리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저 숨 막히는 경고가 어서 풀리기만을.

지금까지 지구는 인간에게 수도 없이 경고를 보냈다. 제발 그만 멈추라고 땅을 파서 뒤집어엎고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낸 모든 것들을 이제는 더 이상 참아내며 견딜힘이 없다고. 그러니 이 고통을 끝내달라고. 우리가 조금만 불편을 감수한다면 언제나 맑은 하늘과 공기와 깨끗한 대지를 맨발로 다닐 수 있다. 자, 이제 어찌 할 것인가.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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