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MZ세대’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해야할 말 / 이호선
[백세시대 금요칼럼] ‘MZ세대’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해야할 말 / 이호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
  • 승인 2021.05.14 13:53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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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합친

MZ세대는 ‘공정’을 가장 중시

나이‧직급보다 능력별 대우 원해

어르신세대가 이들을 만나면

먼저 ‘멋있구나’ 격려의 말을

MZ(엠지)세대가 뭐지? 세상이 다양해져서인지 부르는 이름도 많다. 베이비붐세대라는 말은 들어서 알고, 젊은 세대는 한데모아 ‘신세대’라고 부르면 되겠고만, 그 시대에 맞은 세대 이름이 다양하기도 하다. 

지금의 7080세대 이상을 산업화세대, 전쟁 이후 세대를 베이비붐세대, 1965~1980년대를 X세대, 1981년~1996년 출생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1997년 이후 세대를 Z세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것이 MZ세대이다.

특성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니 이름도 다를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을 치르며 그야말로 고생고생한 산업화세대가 낳은 자녀들이 X세대요,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아이들이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X세대가 낳은 아이들이 Z세대를 이루고 있으니 세대는 서로 교차하며 풍요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안착시켰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자궁의 양수 속에 태어난 MZ세대들은 다르긴 다를 것이다. 적어도 베이비붐 세대나 산업화세대가 스마트폰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을 동안, 이 아이들은 반도체칩을 머리에 이식하고 나온 양, 출생과 더불어 스마트폰을 다루니 말이다. 매체가 다르면 다른 인류라고 하더니, 아닌게 아니라 정말 다른 인류들이다.

요즘 MZ세대의 관심사는 공정과 주식이라더라. 주식이야 할 줄은 몰라도 돈벌이 광풍의 핵심이니 그렇다 치고, 우리도 많이 들어봤고 오래 주장해왔던 공정, 아니 ‘그들의 공정’이라는 것은 뭐란 말인가. 

MZ세대의 이야기를 모으고 모아보면 그들의 공정 주제는 8개, 곧 8대 공정이다. 먼저 존중이다. 요즘 청년들은 만났을 때 나이를 묻기 전에 ‘~님’이라고 부른다. 왕년에 대리-차장-과장-팀장-부장-전무-이사-대표로 이어지던 직급은 사라지고, ‘김 매니저님’, ‘김00님’ 요렇게 부른다. 직급이 아니라 상호존중이 핵심이 되었다. 

두 번째, 경청이다. 일단 끝까지 들으라는 말이다. 듣지 않고 판단하는 사람들과는 일하지 않는다. 셋째, 부족함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정보와 기술이 핵심인 시대엔 모를 경우 부족함을 인정하면 함께 하지만, 거들먹거리거나 힘으로 찍어누른다면 함께 일하지 않는다. 

넷째,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라는 것이다. 지시와 명령은 협업의 기본이 아니며, 청년들에게 오랫동안 익숙했던 N분의 1이 아니다. 만일 행동으로 함께 하지 않는다면 보상을 적게 받는 것이 옳다. 

다섯째, 파트너십이다. 파트너는 수평적 관계로, 직급이나 연봉의 순이 아니라 함께 일한다면 같은 인격과 능력의 존재로 인정하고 일을 나누어야 한다. 여섯째는 능력에 대한 공정이다. 나이가 답이 아니라 능력이 답이며, 능력을 인정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엄지를 들어주어야 한다. 

일곱째는 보상이다. 일의 강도와 양이 세고 크다면 그만큼의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 없는 야근은 불가능하며, 회사의 이익이 커졌다면 그만큼 분배하는 것이 옳다. 여덟번째, 아무 때나 연락한다면 그건 침범이니, 사전에 예약하고 규칙을 지켜달라!

자, 어떤가? 얘기를 들어보니 말은 맞는 것 같은데, 뭔가 마음 한 켠이 껄쩍지근하다. “회사와 집단에 대한 충성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도 없다. 우리 때는 야근은 기본 아닌가?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는 것이고 바로 출근하는 것이지, 경력도 없는데 어찌 이리 뻔뻔한고!”라고 말씀하신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다. 20세기 성장과 고통 분담 문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기성으로 보일 수 있다. 이 다름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만일 내 아들·딸, 내 손녀·손자가 아무때나 불려 나가고, 고통은 큰데 보상은 적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상사의 일까지 떠맡으며,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능력이 충분한데 이를 구조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최소한 부르르 떨고 불공정하다고 냅다 소리라도 지르고 자식들을 위로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그리 가르쳤다. 옳고 정당하며 바른 선택이 무엇인지를 이렇게 말했고, MZ세대들은 배움과 성실을 거쳐 이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실천하는 성실한 세대를 만나게 되었으니, 선대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들과 일해야하고 이들과 만나야 한다. 

입으로만 했던 우리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행하는 세대와 만났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멋있구나’ 일 것이다. 우리 세대가 달변의 논쟁가였다면, MZ세대는 혁명적 실천가라 할 것이다. 조부모가 일군 땅에, 부모가 정신의 뿌리를 내리고, 이제 자녀들이 열매를 맺고, 손주들이 그 열매를 거두고 있다. 성실한 몸짓으로 시대의 농부가 된 MZ세대들을 잘 관찰하고 분석해보자. 말이 실천이 되어 우리 가운데 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시대와 세대의 소통을 이끌고 있는 ‘백세시대’ 신문이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지금껏 가장 세대를 잘 말해주는 매체로서 가장 시대를 뜨겁게 읽어내고 있는 독자들과 세기의 담론을 주고받아왔다. 

가장 오래된 새 이야기, 소통은 ‘백세시대’ 신문의 가장 주요한 기여였으니, 이제 MZ세대와의 새 창구를 같이 열어가고 있는 백세시대의 큰 걸음을 한 번 더 기대하며 큰 박수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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