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치매 정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창간특집] 치매 정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5.14 14:17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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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원인질환만 70가지… 확실한 치료제 개발까진 아직 멀었다
치매는 원인질환만 70여개에 이를 정도로 치매 발생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확실한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진은 뇌 영상을 기반으로 한 ‘치매 조기진단 솔루션’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치매는 원인질환만 70여개에 이를 정도로 치매 발생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확실한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진은 뇌 영상을 기반으로 한 ‘치매 조기진단 솔루션’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도네페질‧메만틴 등 증상을 지연‧완화시키는 4가지 약 나와 있어 

뇌 아밀로이드 단백질 없애주는 치료제 출시 임박… 전문가들 기대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치매에 걸려 약을 먹기 시작할 때, 환자와 보호자는 ‘이 약을 먹으면 치매가 낫느냐’고 의사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 중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 그저 증상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이상행동을 보일 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만 있을 뿐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69만명으로 추정되며, 2024년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치매는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치매의 위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치매 치료제 종류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매 치료제는 두 가지인데,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뇌 기능과 가장 밀접한 관련 물질이 바로 ‘아세틸콜린’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세포를 살펴보면 콜린성 신경세포 수가 감소해 있고, 아세틸콜린 농도 또한 낮아져 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세 가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를 억제해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임으로써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도네페질’(상품명 아리셉트), ‘리바스티그민’(상품명 엑셀론), ‘갈란타민’(상품명 레미닐) 등이 있다. 

▶도네페질= 알츠하이머 치매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약으로, 혈관성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 하루 한 번 복용하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녁에 복용하지만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가 나타난다면 아침에 복용해도 무방하다. 입에서 녹는 구강붕해정 제형이 있어서 소량의 물과 함께, 또는 물이 없어도 복용이 가능하다.

▶리바스티그민= 최대 장점은 패치형 제제가 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들의 경우, 음식을 삼키기 힘들거나 위장장애가 심한 경우 약물을 복용하는 게 굉장히 힘든데, 이때 패치형 제제를 붙이면 도움이 된다. 

피부를 통해 서서히 약물이 흡수되면서 혈장 농도가 급속히 올라가지 않고 일정한 치료 농도를 유지시켜 준다. 하치만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가렵거나 붉게 변하는 등의 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만약,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이 너무 심하다면 경구 제제로 변경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갈란타민= 스위스 지방에서 자생하는 ‘설강화’라는 수선화과 식물에서 추출한 생약 성분으로, 생합성이 가능해지면서 치매약으로 개발됐다. 

하루 2번 복용하는 제제로 개발되었으나 최근에는 서방형(복용 이후 체내에서 장시간 약물을 방출하는 제제)이 나와 하루에 한 번 복용해도 된다. 설사, 오심 및 구토, 어지럼증, 근육 경련, 식욕 감퇴,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칼슘 신경세포 유입 억제제 ‘메만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에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연관이 있다. 글루타메이트가 과하게 분비되면 신경세포의 칼슘이온 통로에 문제가 생긴다. 이때 NMDA 수용체 길항제를 복용하면 칼슘이 세포 내로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아준다. 국내에서는 메만틴(상품명 에빅사)이 중증 치매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메만틴=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들이 경도, 중등도 치매에 투여를 허가받은 것과 달리 메만틴은 중등도 이상의 치매(인지기능장애)에 효과가 있다. 반면, 초기 치매에서는 효과가 적지만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에 반응이 적어 약제를 변경한 경우엔 효과가 좋을 수 있다.

하루 한 번 5mg을 투여하고 이후 일주일 간격으로 5mg씩 증량시켜 최대 아침, 저녁 10mg씩 하루 20mg을 투여해야 한다. 알약 제제뿐 아니라 액체 제제로도 사용이 가능해 튜브 식이를 하는 환자나 삼킴장애가 있는 환자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인지기능 감퇴 외에도 난폭하거나 망상, 환각, 심한 불안감 호소, 충동적인 행동문제를 보이는 경우 등에 효과를 보인다. 대개의 부작용은 복용 초기 갑작스러운 증량 시에 발생하는데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설사 등이 생길 수 있다. 

▶그 외 약물= 치매로 인한 이상행동 발생 시 치료약물이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격성이 심하거나 욕을 하고 과다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신경이완제’가 사용되며 우울감이 심하거나 감정 기복이 있을 때는 ‘항우울제’나 ‘항경련제’를 복용한다. 수면장애나 야간 행동 시에는 ‘진정수면제’가 쓰인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경우, 뇌혈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며, 파킨슨병 치매는 파킨슨병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약제를 같이 복용해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치매 환자의 약물치료는 환자 개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초기에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하나만 복용해도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투약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에 환자에게 발생하는 증상을 의료진과 세세히 상의해 치료방침을 정해야 한다.

◇치매 치료제, 앞으로의 미래는?

치매의 위협이 대두되면서 제약사들은 발 빠르게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세계 곳곳에서 수백 개의 약제가 천문학적인 연구비와 긴 시간을 들여 개발 중이지만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된 약제는 아직까지 4개밖에 없다. 그만큼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완성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전 인류가 원하는 치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일까? 현존하는 치매 치료제들은 병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하고 대부분 증상을 완화시키고 병증 악화를 늦추는 약이 대부분이다. 치매 발생 원인이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매의 원인 질환만 70여 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치매의 원인이 너무 다양해 정확한 원인을 표적으로 삼지 못해 치매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치매 원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막는 심각한 장애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는 제약사들이 반드시 정복하고 싶어하는 질환이다. 치매가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는 약제(아두카누맙)가 개발돼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뒤엉켜 있는데 이를 없애주는 약이어서, 이 약제에 많은 의료진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약물치료가 치매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비약물적 치료까지 병행되면 더 많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2015년 유럽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인 운동과 인지훈련, 알맞은 식이요법 등이 인지기능의 저하를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적인 운동으로는 일주일에 2번 이상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이 좋으며,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통증 등이 있는 노인들은 각자 신체 상태에 맞게 평지 걷기, 물 안에서 걷기 등이  좋다. 소관절 운동(손가락 움직이기, 손뼉치기 등)도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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