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도로 위 지뢰 된 배달 오토바이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도로 위 지뢰 된 배달 오토바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5.21 14:23
  • 호수 7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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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아나운서가 황색신호등에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가 예측 출발한 오토바이 배달기사와 충돌 사고를 냈고 결국 해당 기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쪽 운전자 중 한 사람이라도 안전 운전을 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건이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배달기사들의 안전 운행을 촉구하기도 한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배달 기사들의 법규위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오토바이 등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은 약 23만건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 특히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36.9%는 배달업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륜차 운전 중 사망한 사람 3명 중 1명은 배달을 하다가 숨진 셈이다.

필자 역시 얼마 전 배달 오토바이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기도 했다. 드라이브스루(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에서 커피를 구매하고 조심스럽게 차로로 이동하려고 정차 후 왼쪽 차선에 시선을 돌린 순간 옆에 있던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놀라서 정면을 바라보니 오토바이 배달기사가 자동차 우측에 살짝 엎어져 있었다. 천천히 나오는 필자의 차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이다.

다행히 배달기사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단순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야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블랙박스를 돌려보니 배달기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인도(人道)로 주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친 사람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도로 위 불법을 저지르는 배달 기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정지선 삼는 건 기본이고, 인도 주행, 칼치기, 신호위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달기사가 많았다. 이중 가장 황당한 건 번호판을 가리는 꼼수다.

번호판 식별이 어렵게 만들어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한 수법으로 흙이나 접착제를 번호판에 바르거나 속칭 ‘순대’로 불리는 체인 자물쇠를 늘어뜨려 번호를 가리는 식이다. 인형이나 헤어밴드를 동원해 대놓고 가리는 배달기사도 있다. 이에 경찰은 단속 기법 고도화, 과태료 증액 등을 통해 불법 운행에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최대한 ‘빨리빨리’ 많이 배달해야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취약한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안전하게 배달하더라도 생계에 영향을 받지않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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