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백신 접종으로 보는 한국과 일본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백신 접종으로 보는 한국과 일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04 13:47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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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어느 나라 이야기다. 이 나라의 한 도시에서는 현재 한창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백신을 배송하는 시스템이 좀 이상하다. 먼저 정부가 백신을 지역 보건소에 보낸다. 그러면 보건소 직원이 일일이 아이스박스에 백신을 옮겨 담아 동네 약국으로 전달한다. 

진짜 이상한 부분은 다음 부분이다. 업무를 마친 약사가 땡볕에 아이스박스를 짊어지고 ‘도보’로 접종할 수 있는 병원에 가져다준다. 해당 지역에 접종 장소가 200여개인데 약국을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이다. 일본의 외진 시골 도시 이야기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또 한 번 놀랍게도 일본의 수도 도쿄 토시마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해당 방법으로 백신을 유통하는 과정이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도됐다. 여기서 한 번 더 놀랐는데 해당 보도는 고발성이 아닌 KBS ‘생생정보’처럼 정보전달을 위해 소개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백신을 유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필자는 지난 6월 1일 얀센 백신 접종을 신청했다.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군장병 접종용으로 약속한 백신이다. 미국은 당초 55만명 투여량 보다 많은 100만명 분을 보내줬는데 얀센 백신은 30세 이상에게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대가 대부분인 군장병에게는 이달 중으로 다른 백신을 맞히기로 결정하고 얀센 백신은 미국이 준 취지대로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용으로 돌렸다. 정부는 이 사실을 5월 31일 발표하고 다음날 오전 12시부터 예약 신청을 받았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고 싶었던 필자는 잠을 미루고 기다렸고 접속자 폭주로 애를 먹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예약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인기 때문인지 얀센 백신은 하루도 채 안돼 예약이 마감됐다. 

이에 앞서 정부는 ‘노쇼 백신’을 한 개라도 줄이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과 손잡고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아깝게 버려지는 백신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백신 접종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선진국인 일본에서 벌어지는 약사의 도보 배달 같은 전근대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우수한 국민성과 IT를 기반으로 한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한 결과다.

백신 접종은 조금 늦었지만 정부의 약속대로 오는 11월에는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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