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예능 전성시대, 수다떨듯 사건사고 뒷얘기로 재미‧교양 다잡아
스토리텔링 예능 전성시대, 수다떨듯 사건사고 뒷얘기로 재미‧교양 다잡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04 14:45
  • 호수 7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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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연진들이 수다를 떨며 국내‧외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사고를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괴담을 소재로 한 ‘심야괴담회’
최근 출연진들이 수다를 떨며 국내‧외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사고를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괴담을 소재로 한 ‘심야괴담회’

‘알쓸범잡’, ‘당혹사’, ‘심야괴담회’ 등 제작… 잡담 속에 의미도 살려

연예인뿐 아니라 전문가들 배치… 너무 흥미 위주로 빠지는 것 경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박 2일’로 유명한 나영석 PD는 지난 2017년 tvN을 통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작곡가 유희열을 MC로 내세우고,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소설가 김영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등 색다른 조합으로 출연진을 꾸렸다. 박학다식한 네 출연자는 국내외 유명 여행지를 돌며 정치‧문화‧사회‧과학 등 온갖 잡다한 지식을 주제로 수다를 떨었고 안방극장에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스토리텔링 예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알쓸신잡’을 벤치마킹한 스토리텔링 예능이 최근 잇달아 제작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각종 사건·사고들을,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와 전문가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잡담형 포맷을 주로 취한다. 술자리 대화 같은 편한 분위기로 출연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지만 실제 들려주는 대상은 시청자가 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알쓸신잡’의 후속인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알쓸범잡)은 유명 관광지를 돌며 해당 지역에서 발생된 사건‧사고를 되돌아본다. 연쇄살인마 유영철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에 대한 이야기부터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유포의 통로가 된 ‘다크웹’, 천재 화가 이중섭을 둘러싼 예술 범죄까지 세상에 벌어지는 사건·사고 속 이야기들을 수다로 풀어내고 있다. 가수 윤종신의 매끄러운 진행과 잡학다식함으로 최근 방송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 장항준, 유명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 판사 출신인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물리학 박사 김상욱이 출연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 특정 범죄의 흥미로운 뒷이야기 등을 들려주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3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꼬꼬무2’의 주요 출연진의 모습.
3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꼬꼬무2’의 주요 출연진의 모습.

꼬꼬무, 화자 교차 편집해 긴장감 높여

지난해 9월 시즌1을 시작으로 현재 두 번째 시즌을 방송 중인 SBS ‘꼬리에 꼬리는 무는 그날 이야기2’(꼬꼬무2)는 장도연, 장항준, 장성규 일명 ‘장트리오’가 스스로 공부한 이야기를 친구, 지인(청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정남규 연쇄살인사건, 12‧12 군사반란 등 강력 범죄부터 역사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특히 ‘꼬꼬무2’는 세 명의 화자가 전하는 이야기와 곁에서 듣는 청자의 리액션이 수시로 교차 편집되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당사자의 인터뷰를 포함한 시각적인 자료들이 적재적소에 포함, 쉬운 이해를 도우며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연출자로 유명한 장경주‧배정훈 PD가 연출한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당혹사)는 실제 벌어진 사건을 둘러싸고 풍문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역시 대화를 통해 풀어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아닌 ‘영화 제작을 위한 기획회의’라는 콘셉트를 차용해 차별화를 했다. 음모론이 제기되는 사건들을 가져와 거기 더해진 의혹들을 들여다보고, 합리적 의심을 해보고, 때론 상상력을 동원해 추론을 해가면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반면 MBC ‘심야괴담회’는 과거 인기리에 방영됐던 ‘토요 미스테리 극장’처럼 괴담을 주제로 삼아 공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구라, 김숙, 황제성, 허안나 등 입담 좋은 출연진들이 들려주는 괴담이 꽤 오싹하고도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들이 보낸 괴담을 MC와 패널들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형식을 취하고 역사학자 심용환과 괴담을 과학으로 반박하는 곽재식 작가를 배치해 단순한 오락거리로 소비되지 않도록 구성했다. 영화 속 단골 소재인 분신사바와 도로 귀신 이야기, 페루 학생들의 단체 발작 등 다채로운 괴담을 차례로 꺼내면서 심야 시간대에 걸맞은 오싹한 기운을 전달했다

역사 스토리텔링 예능도 방송 재개

이들 프로그램들 역시 사건을 가십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당혹사’와 ‘꼬꼬무2’는 사건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대적 배경을 함께 조명하거나 구조적인 문제로 의미를 확장시키는 등 스토리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알쓸범잡’ 또한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차별화를 뒀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다루며 그가 받은 형량의 정당성에 대해 언급한다. 나아가 묻지마 범죄의 변화까지 짚는 등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하고 재미와 의미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방송을 재개한 MBC ‘선을 넘는 녀석들:마스터-X’와 6월 1일 다시 돌아오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 등 역사 관련 스토리텔링 예능들도 합류하면서 스토리텔링 예능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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