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배우 한예슬의 루머 대응법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배우 한예슬의 루머 대응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11 13:44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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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배우 한예슬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다 얘기 해드릴께요’라는 제목의 약 22분짜리 영상 하나를 게시한다. 수년간 한예슬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영상이었다.

그녀는 여러 루머들이 적힌 노트와 ‘O’와 ‘X’가 그려진 팻말을 들고 등장해 직접 소문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진위 여부를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당연히 소문 대부분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특유의 당당한 톤으로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고, 과한 소문에 대해선 날카로운 일침도 날렸다. 필자는 이 해명방송을 보면서 그녀의 선택이 놀라웠다.

기존 루머 대응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유명 스타들이 구설수에 휘말렸을 때 가장 많이 택한 것은 기자회견이었다.

지금과 달리 기자들이 생산해낸 뉴스에 의해서 대부분의 정보가 유통되던 시기였기에 빠른 전파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말도 안 되는 악성루머에 시달렸던 나훈아가 탁자 위에 올라 바지 단추를 푼 채로 “제가 바지를 내려서 5분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의혹을 정면 돌파한 기자회견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형기획사의 등장 등 연예계 규모가 커지면서 대응 방식이 달라졌다. 연예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기획사가 대변하는 형태가 보편화됐다. 문제는 상당수 기획사가 어정쩡하게 부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면서 되레 불신만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유명 그룹 왕따 논란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황증거가 넘쳐나고 피해를 당한 멤버도 그 사실을 인정했지만 기획사는 아무 증거 없이 그런 일이 없다고만 부정했다.

결국 대중을 설득시키지 못한 해당 그룹은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에도 모 여성그룹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고 해당 기획사 역시 판박이 대응으로 일관하다 같은 꼴을 당했다. 

이에 일부 기획사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연예인의 자필 편지다.

다만 이 방식은 초창기에는 신선했지만 진정성이 떨어지고 결국 기획사 뒤에 숨어서 잠잠해지기만을 바란다는 비판을 받으며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과거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어차피 믿지 않는 사람은 무슨 해명을 해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기획사 뒤에 숨는 방법은 팬들의 의심을 사고 실망을 자아낸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유튜브를 활용해 당사자가 나서 적극 해명하는 한예슬식 돌파법은 루머를 없애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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