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외국인 참전용사 영령 잠든 부산 유엔기념공원
한국전쟁 외국인 참전용사 영령 잠든 부산 유엔기념공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11 15:07
  • 호수 7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참전용사 추모하는 기념시설
부영그룹의 지원으로 2015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 설치된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
부영그룹의 지원으로 2015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 설치된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

용산 전쟁기념관엔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 ‘추모의 글’ 가슴 뭉클

경기‧강원 곳곳에 16개국 참전기념비 설치… 보훈의달 6월 방문해볼 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6월 6일 현충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는 미국 등 21개 참전국가의 깃발이 펄럭였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에는 2015년 설치된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름 모를 동양의 가난한 나라로 파견돼 피 흘리며 싸운 175만여명의 유엔군과 끝내 고국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4만명의 외국인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해 제작된 기념비다. 이날 전쟁기념관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이 기념비 앞에 한참을 머물며 이들을 추모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은 전투지원 16개국(미국‧영국‧캐나다‧터키‧호주‧필리핀‧태국‧네덜란드‧콜롬비아‧그리스‧뉴질랜드‧에티오피아‧벨기에‧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룩셈부르크) 및 의료지원 5개국(인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이탈리아) 등 21개 국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2018년 6월 정부가 독일을 의료지원국으로 추가 지정함에 따라 22개국으로 늘어났다.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한국은 물론 참전 21개국과 유엔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23개의 참전비가 세워져 있다. 앞서 밝혔듯 참전비 제작 당시 독일은 의료지원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현재 참전비가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참전비가 세워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전쟁기념사업회에서 기념비 건립을 위한 예산이 없어 몇몇 기업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때 선뜻 나선 것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전 대한노인회장)이었다. 평소 ‘6·25 1129일’을 집필해 배부해 오는 등 한국전쟁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온 이 전 회장이 지원하기로 했고 그 결과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은 2015년 전쟁기념관에 기념비가 세워질 수 있었다.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추모관

기념비별로 추모의 글 등 기록

기념비는 참전일자 순으로 위치해 있고 각 높이는 2.7미터에 달한다. 인도흑석과 화강석, 스텐레스 스틸 등의 재료로 제작됐는데 기념비마다 국가명, 월계관, 부대마크, 참전내용 등이 한국어와 해당국의 언어로 새겨져 있다. 또한 “6.25전쟁은 더 이상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미국), “살아남은 우리는 자라며 늙겠지만 그대들은 늙지 않고 자라갈지니 나이가 그대들을 늙게 못하고 세월도 그들을 비난하지 못할지어다”(호주) 등 국가별 참전용사에게 바치는 추모의 글도 함께 적어 영령을 기리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외국인 참전용사 추모지인 부산시 남구 유엔기념공원은 1951년 1월 한국전쟁 중 유엔군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한 것이 출발점이다. 같은 해 4월 묘지가 완공되자 유엔군사령부는 개성‧인천‧대전‧대구‧밀양‧마산 등 6개의 임시묘지에 급하게 매장했던 유엔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해왔다. 그리고 1955년 11월 대한민국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유엔묘지 토지를 영구히 유엔에 기증하고, 성지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처음 조성될 때는 명칭이 유엔기념묘지였고 2001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공원 내 추모관은 건축가 김중업 씨의 설계로 1964년에 건립됐다.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추상성, 영원성을 강조하는 기하학적인 삼각 형태가 특징이다. 유리창을 대신한 스테인드글라스에는 평화의 사도, 승화, 전쟁의 참상, 사랑과 평화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유엔군 4만명의 전사자 모두 기록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엔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이 일일이 새겨져 있다. 추모명비는 2006년 10월 24일에 건립됐다. 기둥에는 불꽃이 있는데, 이는 영원한 세계평화와 전몰장병들의 영혼에 대한 추모를, 둥근 조형물에는 전쟁을 의미하는 철모를, 그리고 22개의 분수는 22개 참전국을 의미한다. 또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4만여명의 외국인 장병의 이름을 국가별로 한 명도 빼지 않고 적어서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있다.  

이외에도 전투지원을 했던 16개국의 호국영령을 기리는 참전비가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다. 우선 경기도 내에 미국(파주), 오스트레일리아(가평), 벨기에/룩셈부르크(동두천), 프랑스(수원), 캐나다(가평), 그리스(여주), 뉴질랜드(가평), 필리핀(고양), 남아프리카공화국(평택), 태국(포천), 터키(용인), 영연방(가평) 등 13개국 참전비가 있고, 강원도에는 에티오피아(춘천), 네덜란드(횡성) 등 2개국 참전비가, 그리고 인천시의 가정동에는 콜롬비아 참전기념비가 있다. 또 참전비가 세워진 곳은 대부분 공원으로 조성돼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방문해볼 만하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