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인학대 건수, 19% 늘어나
지난해 노인학대 건수, 19% 늘어나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1.06.18 11:12
  • 호수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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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 아들‧배우자 등 가정 내 학대가 88%

복지부,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 학대 신고 앱 공개

[백세시대=조종도기자] 지난해 노인학대 행위로 판정된 사례가 전년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88%가 가정이었고, 주로 아들(34.2%)과 배우자(31.7%)가 학대 가해자였다.

보건복지부는 6월 15일 제5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갖고 ‘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6973건으로 2019년(1만6071건) 대비 5.6% 증가했다.

이 가운데 6259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됐는데, 이는 2019년의 5243건보다 19.4%나 증가한 수치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영향에 의한 우울장애, 스트레스 및 가족갈등으로 노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간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인권교육, 대국민 노인학대 예방 캠페인 등으로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가정이 88%, 생활시설 8.3%, 이용시설 1.5% 등이었다. 가정에서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34.2%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31.7%), 딸(8.8%) 순이었다.

학대 피해자는 주로 정서적 학대(42.7%)와 신체적 학대(40.0%)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방임(7.8%), 경제적 학대(4.4%), 성적학대(2.4%), 자기방임(2.3%)이 뒤를 이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기념식에서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노인학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인학대 신고체계 강화, 학대행위자 상담·교육 및 사후관리 강화,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보호체계를 강화하겠다”면서 “노인학대가 사회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국민 모두가 노인인권 보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기념식에서 노인 인권 증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포상했다. 정미순 전북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이 국민포장,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아울러 노인학대 신고 모바일 앱을 공개했다. 플레이 스토어나 앱 스토어에서 ‘노인학대’를 검색 후 다운로드 하면 된다. 

이 앱을 통해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사진, 동영상) 또는 녹취하거나, 미리 저장해둔 증거자료를 첨부하여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자의 신분이 보호된다. 

◇노인학대 신고 사례= A요양보호사는 재가노인을 돌보는 방문요양보호사다. 그가 돌보는 노인 가운데 B어르신은 건강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문다. 거동이 불편해 초인종이 울려도 문을 열어줄 수 없어 언제나 출입문이 열려 있다. 

어느 날 A요양보호사가 방문했는데 집안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안을 들여다보니, B어르신의 딸이 자기 어머니를 다그치고 있었다. “대체 언제 집을 물려줄 거예요? 신분증과 도장을 내놔요.” 딸은 심지어 발길질까지 했다. 딸은 A씨를 보고는 흠칫 놀라더니 어머니 신분증과 도장을 챙겨 달아났다. 학대를 목격한 A씨는 딸을 신고하자고 어르신을 설득했다. 그러나 B어르신은 “본래 착한 얘였는데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뒤 저렇게 변했다”며 “딸을 어떻게 신고하냐”고 거절했다. 

A씨는 고민 끝에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전화를 걸어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B어르신의 입장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이후 노인보호전문기관이 B어르신을 상담하고 보호와 서비스 안내, 잦은 학대에 따른 상처 치유에 나섰다. 이와 함께 가해자인 딸의 상실감, 우울에 대해서도 전문가치료가 진행돼 이제는 학대 문제가 해결됐고 B어르신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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