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12] 깨끗한 병을 고치기가 더 어렵다
[채근담 다시 읽기 12] 깨끗한 병을 고치기가 더 어렵다
  • 백세시대
  • 승인 2021.06.18 13:43
  • 호수 7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깨끗한 병을 고치기가 더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맑은 구슬과 같다. 물욕으로 막고 가리는 것은 구슬에 진흙을 바르는 것과 같아서 그것을 씻어 내기가 오히려 쉽다. 그러나 속세의 지식과 감정으로 덮으면 구슬에 금‧은을 입히는 것과 같아서 그것을 씻어내기가 가장 어렵다. 그러므로 학자는 더러운 병을 근심하지 말고 깨끗한 병이 더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걱정해야 하며, 일의 막힘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치(理致)가 부당하면 그것을 없애기 어렵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心是一顆明珠 以物欲障蔽之 猶明珠而混以泥沙 其洗滌猶易

심시일과명주 이물욕장폐지 유명주이혼이니사 기세척유이

以情識襯貼之 猶明珠而飾以銀黃 其滌除最難

이정식친첩지 유명주이식이은황 기척제최난

故學者 不患垢病 而患潔病之難治 不畏事障 而畏理障之難除

고학자 불환구병 이환결병지난치 불외사장 이외이장지난제


◆만해 강의

마음은 비어 있고 밝고 깨끗하여 작은 티 하나 없는 한 알의 구슬과 같은 것이다. 마음을 물욕으로 가려서 어둡고 우둔해지는 것은 구슬에 진흙이나 모래를 칠한 것과 같아서, 그것을 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물욕으로 본심을 가리기 때문에 한동안 어둠이나 우둔함이 생기지만, 곧 그 잘못을 깨달아 반성하고 스스로 닦아내면 어둠을 명철로 바꾸고, 우둔을 고쳐 지혜를 이룰 수 있다. 그러니 이것은 구슬에 묻은 진흙을 씻어 버림과 같이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러나 마음을 세상적인 지식으로 단단히 싸매어 잘못된 이해와 확신이 생기면, 구슬을 금‧은으로 덮어씌움과 같아서 씻어버리기가 무척 어렵다. 학자는 물욕에서 오는 더러운 병이 아니라 감정과 의식으로 치장된 깨끗한 병을 걱정해야 할 것이며, 일이 방해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구구한 감정과 지식으로 깊고 미묘한 이치를 잘못 이해하여, 참된 본질을 잃는 것이 학자에게 가장 큰 병이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한줄 생각

어린이들은 순간적인 욕심 때문에 타인의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허나 대개는 잘못을 뉘우치고 깨끗한 마음을 보존한다. 문제는 철이 들고 머리가 커졌을 때다. 알량한 지식으로 스스로의 죄를 합리화하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한다. 겉은 깨끗해 보여도 속은 더럽혀져 있고 웬만해선 더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