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64] 다크 웹
[알아두면 좋은 지식 64] 다크 웹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18 14:24
  • 호수 7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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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검색으로 못찾는, 익명 보장의 웹사이트

지난해 7월, 서울고등법원은 세계 최대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다크웹’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W2V)’를 운영했던 손정우(26)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해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앞서 손 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 동안 W2V 사이트를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비트코인 등으로 약 4억원을 챙겼다. 이 혐의로 국내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지난해 4월말까지 형기를 마친상태였다. 미국으로 송환됐더라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법원이 불허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손 씨가 동영상 유포 창구로 활용한 ‘다크웹’은 ‘네이버’, ‘다음’, ‘구글’ 등 일반적인 검색 엔진이나 브라우저를 사용해서 찾거나 방문할 수 없는 특정 웹사이트를 말한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검열도 피할 수 있어 최근 성착취 동영상, 마약, 살인청부 등 불법적인 정보 거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찍혔지만 사실 다크웹은 미국 정부에서 만든 익명성 기술이다. 1990년대 미국해군연구소는 완벽한 익명성을 위해 ‘어니언 라우팅’(Onion Routing) 기술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미군’ 혹은 ‘미국 정부’임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바로 ‘토르’(TOR, The Onion Routing)다.

토르는 전용 브라우저(토르 브라우저)를 이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으며,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 몇 개의 암호화된 지점(노드)을 거쳐 도착하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초기의 다크웹은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반정부인사나 언론인 등이 주로 사용했다. 2010년 튀니지의 민주화혁명과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이 다크웹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점차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이버 범죄가 증가하고, 랜섬웨어 등 공격도구들이 거래되면서 다크웹은 점차 범죄의 소굴로 변해갔다.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가 대표적이다. 이 웹사이트는 2011년 개설된 뒤 2013년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서버를 닫기 전까지 1500만 건이 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1400만 달러(약 2387억원)에 달한다. 이 웹사이트에선 마약 등이 공공연하게 불법 거래됐고 6명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다. 실크로드 개설자인 로스 울브리히트는 2015년 5월 2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함께 1억8300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도 다크웹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6월 1일 다크웹에서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류를 유통·판매하거나 매수해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521명을 검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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