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법원장 비리 백서까지 나오다니…”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법원장 비리 백서까지 나오다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6.18 14:25
  • 호수 7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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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 적지 않다. 독재에 항거하며 사법부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 대법원장으로 가인 김병로(1887~1964년)가 회자된다. 이승만 대통령을 향해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일갈했던 가인이 평소 당부하던 ‘법관의 몸가짐론’은 지금도 유효하다. 

첫째 세상 사람으로부터 의심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것, 둘째 음주를 근신해야 되겠다는 것, 셋째 마작과 화투 등 유희에 빠지면 안 되겠다는 것, 넷째 어떠한 사건이든지 판단을 하기 전에 법정 내외를 막론하고 표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 다섯째 법률지식을 향상시키고 인격수양을 해야 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79)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지킨 인물로 평가 된다. 그가 의정부지원 판사 때 시국사건 피고인에게 2년 이상 징역을 선고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징역 6개월을 선고하는 등 소신 재판으로 박정희 정권에 밉보여 인사 상 불이익을 당했다.  

그에 반해 현재 대한민국의 대법원장은 어떤 인물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 김명수(63) 앞에는 ‘특권과 반칙의 대명사’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그의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을 총망라한 ‘김명수 비리백서’를 발간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야당 의원들이 대법원 앞에서 70여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이례적인데 오죽했으면 잘못과 비리를 온 천하에 알리는 백서까지 나왔을까. 

‘법치의 몰락 김명수 대법원장 1324일간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은 백서는 198쪽 분량으로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 장동혁 변호사, 박수철 바른사회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서에는 법관 탄핵 관련 거짓말, 코드인사,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국민의 퇴진 압력에 꿈쩍도 하지 않는 김 대법원장의 인간됨을 분명히 보여주는 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당시 전후 상황에서다. 

지난 2월 4일,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사법농단’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탄핵이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관련 녹취록이 나오자 하루 만에 “기억이 불분명했다”며 말을 바꿨던 것이다. 이 일로 김 대법원장은 “입법부의 로비스트가 돼 탄핵 거래를 했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은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기에 도망과 회피,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사람이 적어도 ‘3치’, 즉 염치, 눈치 아니면 수치심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하다”고 나무랬다.

그의 고교 친구들조차 오래전에 주의·경고를 했다. 부산고 동문들은 2019년 12월, 김 대법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여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할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대법원장 자리에 연연한 나머지 현 주사파 정권의 시녀노릇에 앞장섬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위를 훼손하고 신뢰를 실추, 자유민주주의 요체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은 김 대법원장에게 김병로·이용훈 대법원장 같이 신뢰와 존경을 받는 대법원장이 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단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 더 이상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정체성을 흐리게 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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