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물의 정원
[디카시 산책] 물의 정원
  •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1.06.18 14:42
  • 호수 7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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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원

폭염 속을 걸어온 여름이

더운 몸을 담그고

몸을 식히는 한낮

 

적막과 고요가 서로의 몸을 부비며

찬란한 눈빛을 빛내고 있다


여름이다. 6월이지만 기온은 벌써 30도를 웃돌아 폭염까지 예보되고 있다. 그럴수록 여름은 더욱 빛나고 호숫가 오래된 나무들은 더욱 싱그러워진다. 날이 더워서인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한낮, 간간히 들리던 새소리마저 까무룩 잠기고 나면 나무가 거울 같은 수면에 제 그림자를 적시는 모습이 포착된다. 땡볕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늙은 나무는 허리를 구부려 물 가까이 제 몸을 담그고 하늘도 구름도 모두 따라와 물속에 잠긴다. 바람 한 점 없지만 그래서 적막한 숲이지만 물의 정원은 온갖 것들이 잠겨 북적인다. 정중동, 물의 정원이 여름을 식히고 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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