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불안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불안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1.06.18 14:44
  • 호수 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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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불안이 지나치면 해로워

내 걱정이 나와 직접 관련된 건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는 게 좋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특성 고려해 생활 유지를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탄력을 받으면서 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 영향인지 최근 확진자 숫자도 줄어들고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감소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줄어들었던 외부 활동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형병원을 방문하면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과 접촉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중증환자들을 제외하고는 큰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가까운 의원에서 진료를 보셨던 분들도 최근에는 다시 병원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병원을 방문하신 환자분들은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왠지 불안해서 검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행이나 친지 방문, 가족 모임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내면서 관심을 쏟을 만한 특별한 일이 없다 보니 사소한 신체 변화나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주위에서 큰 병으로 진단받아 고생하는 분의 소식을 들으면 걱정이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병원을 방문하시는 분 중에는 CT 등의 정밀 검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불안한 마음은 코로나 예방접종을 앞두고 있는 노인 환자분들과 그 가족에서도 자주 관찰된다. 연일 예방접종 후 갑자기 사망하거나 혈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하는 뉴스를 접하다 보니 예방접종을 해야 하나 아니면 지금처럼 조심하면서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한가 궁금해하신다. 

또한 외래 일정을 앞당겨 내원해 예방접종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신다. 예방접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작용은 굉장히 드물고, 노인 연령층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면 급속하게 진행하여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 아나필락시스 등의 위중한 부작용이 발생한 경험이 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변 드려도 그다지 만족하시는 표정은 아니다. 

아무래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불안해 담당 의사가 맞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답변을 기대하고 병원에 왔는데 원론적인 답변을 들으니 만족스럽지 않은 듯하다.

불안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불안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않는 사건에 대해서 미리 준비해 대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 지나치면 해로울 수 있다. 

과도한 불안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유발하여 경제적 비용 증가 및 검사, 치료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건강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뉴스나 정보에 접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또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이득을 보고자 하는 일들도 늘어나다 보니 이전보다 더 불안한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불안한 세상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불안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의 사건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유발하게 한다. 특히 자신과 관련 없는 괜한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지금 내가 하는 걱정이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돼있는 것인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는 것이 좋겠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와 상담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믿고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 백신의 혈전 생성 위험과 같은 것도 많은 전문가들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함으로써 불안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건강을 위해 영양제나 치매 예방약 등을 복용하고 있는데 나만 건강에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주식이나 코인 투자의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 데 나만 뒤처진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게 된다. 괜히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해 불안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해 나만의 생활을 유지하면 불안한 마음없이 보다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밀접하게 연결된 삶을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가끔은 주변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쉼의 여유가 불안을 초래하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비결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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