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노인 무임승차’ 논란…신분당선 노인 유료화 추진에 “국가서 재정 지원을”
재점화된 ‘노인 무임승차’ 논란…신분당선 노인 유료화 추진에 “국가서 재정 지원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25 11:15
  • 호수 7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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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수원에서 서울 강남을 30분대에 연결하는 신분당선이 노인 운임 유료화를 재추진하면서 노임 무임승차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경기 수원에서 서울 강남을 30분대에 연결하는 신분당선이 노인 운임 유료화를 재추진하면서 노임 무임승차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분당선 운영사 “무임승차 비율 15% 달해 적자 악화… 유료화 불가피”

“무임승차는 고효율의 노인복지”… 해외선 50% 할인, 출퇴근시간 외 무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 광교를 연결하는 신분당선. 지하철로 수원에서 강남까지 1시간 이상 걸리던 것을 30분 가량 단축해 2011년 개통한 이후 어르신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신분당선을 노인들도 앞으로 유료로 이용하게 될지 모른다. 신분당선 운영사가 한차례 무산됐던 노인승차 유료화를 재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신분당선 요금은 수도권 전철 기본운임의 두 배 가량이어서 이 구간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부담이 커지고 향후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분당선 운영사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무료인 신분당선의 만 65세 이상 노인 요금을 일부 유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신분당선 요금은 수도권 전철 기본운임(10㎞ 이내 1250원)에, 별도운임(1000~1300원)이 붙어 2250~2550원(교통카드 기준) 수준이다. 운영사는 2017년에도 “2005년 정부와 ‘민자 사업 협약’을 맺을 당시 ‘개통 5년 후 요금 문제를 재협의한다고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에 무산됐다. 

운영사측은 당초 5% 수준으로 예상됐던 노인 무임승차 비율이 15%를 훌쩍 넘기면서 운영 적자가 불어나 노인 운임 유료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분당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134억, 당기순손실 503억을 기록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안건은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운영사 관계자는 “국토부와 2가지 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 1안은 ‘기본운임과 별도운임 전체를 유료화’하는 것이고, 2안은 ‘별도운임에 대해서만 유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회적 합의 등을 거친 이후에 노인 무임승차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 절반을 할인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할인 기준이 65세로 하향 조정됐고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에 따라 노인 지하철 요금 전액 무료를 적용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노인 무임승차제도 폐지론이 불거졌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5.7%까지 비율이 올랐고 2025년에는 20.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발맞춰 지하철 무임승차 금액도 상승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무임승차자수는 2억7000만명으로, 이를 운임 수입으로 환산하면 3700억원이다. 이로 인해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액은 2019년 5864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 여파까지 겹쳐 1조1137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산·김해 경전철만 노인운임 받아

현재 노인 운임을 받는 노선은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당시 지방정부가 민간운영사에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 부담이 막대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개통 직전 운임 유료화가 결정된 바 있다.

노인승차 유료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외국의 사례를 들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100% 무료로 교통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각 나라 여건에 맞춰 할인 시간대와 할인 폭을 정해 운영한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 등이 일정 연령 이상 노인에게 50%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계층에게 출퇴근 시간 외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영국은 60세 이상에게 출퇴근 시간 외에 무임승차를, 캐나다는 65세 이상 저소득층에게는 100%, 그 외 노인에게는 50%의 할인을 하고 있다.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소득 수준에 따라 요금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반면 노인 이동권 보장, 노인일자리 활성화 등을 이유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노인일자리 참여자 상당수가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면서 수당을 고스란히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고 지하철실버택배 등의 일자리도 창출했다. 

또 ‘고효율 교통복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2017년 ‘도시철도 무임수송 국비보전 토론회’에서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유정훈 교수와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철도안전·산업연구센터장이 발표한 공동연구 따르면 지하철 무임수송에 드는 비용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이 1922억원 발생할 때 사회경제적 편익은 2362억원이었다. 노인들이 교통비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되면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게 되고, 이는 우울증 감소로 이어져 사회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감소하는 점도 노인 무임승차의 장점으로 꼽힌다. 당시 유 교수는 “65세 이상 무임승차 정책으로 노인 자살자 수, 우울증 환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인에게 요금을 징수할 경우 철도 운영 기관의 적자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만 지하철이 높은 운영원가와 낮은 운임 구조로 유지되는 공공재라는 점에서 극적으로 적자 감소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의견도 크다. 최근 이러한 의견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정부 관계자, 신분당선 운영사, 대한노인회 등이 한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정지걸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수지구지회장은 “신분당선 노인‧장애인 유료화는 타 노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이해당사자간 결론을 내지 말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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