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쿠팡 물류센터 화재 6일만에 간신히 진화 … 안전불감증에 각성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쿠팡 물류센터 화재 6일만에 간신히 진화 … 안전불감증에 각성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6.25 13:16
  • 호수 7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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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안이한 재난 대처 방식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화재는 지난 6월 17일 오전 5시 20분께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는 발화 6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완전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에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물류센터 건물도 모두 탔다. 건물 안에 보관돼있던 1620만개 적재물도 전부 타버렸다.

재산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건물이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의 보험 가입금액이 4015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대장(52·소방령)이 순직했다.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화재가 확산할 때 미처 나오지 못하고 실종된 뒤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무용지물이 되고 쉽사리 물류센터 전체로 번졌다는 것만 봐도 경영진이 평소 화재 대비에 소홀했음을 말해준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이 근무 현장에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는 것이 금지돼 있었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 화재 발생 신고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경영진이 업무능률 향상에만 신경 쓰고 작업 현장과의 실시간 의사소통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이야기다.

또한 오작동이 많다고 스프링클러를 꺼 두어 8분간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방당국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으며, 평소 현장에서 근무자들이 전기 장치에 문제가 있어 여러 차례 화재 위험성을 제기했지만 방치돼 대형 화재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물류창고의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이 제정·시행됐으나 이후로도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쿠팡 물류센터도 올해 들어 4개월간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정밀소방점검을 받았다고 한다. 

물류창고 화재는 대체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큰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경기 남부 지역에는 물류창고가 밀집해 있어 화재사고가 되풀이될 우려가 높다.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는 사고를 수습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사측은 사고 발생 전 이미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설명했지만, 큰 사고가 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 이번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내세우며 몸집을 불렸고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 이면에 이처럼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안전을 외면하는 후진적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소비자들은 쿠팡 불매·탈퇴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화재 때마다 내놓는 땜질 해결책으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쿠팡 화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취약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 또한 물류센터의 화재를 포함한 안전과 관련된 법률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미비점을 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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