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반전 매력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반전 매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6.25 13:28
  • 호수 7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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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치고 체육시간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체육선생님이 반장에게 축구공 하나 던져주며 “오늘은 축구해라”고 말하기라도 하면 그날 하루 전체가 즐거워졌으니 말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중학생 시절은 더욱 그랬다. 남녀공학이어서 한반에 남학생 수가 20여명이었는데 절반으로 나눠 축구를 하기에 딱 좋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운동장에서 볼을 차고 노는 건 남학생의 전유물이라 여겼다. 이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됐다. 그러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축구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을 보면서 필자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골때녀는 지난 2월 설특집 파일럿(시험방송)으로 처음 공개됐다. 몇 해 전부터 각 방송사는 어정쩡한 명절 특집방송을 만드는 대신 과감하게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파일럿을 제작해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중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방송은 다듬는 과정을 거쳐 정규편성되기도 한다. MBC ‘구해줘 홈즈’, SBS ‘미운우리새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설에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험대에 올랐는데 JTBC ‘뭉쳐야 찬다’의 아류작 느낌이 나는 골때녀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정규편성을 예약한 것이다.

필자 역시 파일럿 방영 당시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요새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코미디언 이성미와 이경실이 운동복을 입고 있어서 ‘이게 뭐지’ 하며 리모콘을 내려놨다. 곧이어 이천수, 김병지, 황선홍 등 2002한일월드컵 주역들이 등장하면서 여자 연예인들을 코칭해 축구를 하는 방송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자축구라는 사실에 볼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어떤 경기를 펼칠지 호기심이 들어 계속 시청했다.

예상대로 실력은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프로축구 경기 못지않은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쳤다. 연예인이 주축인 선수 대부분이 축구 규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최고령자 이성미와 이경실이 축구선수 못지않은 열정으로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은 웃음과 함께 감동까지 전달했다.

정규편성 이후에도 이들의 경기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공은 느리고, 패스 실수도 잦고 여전히 룰에 대한 이해도가 미숙했다. 하지만 축구를 향한 진심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일까, 파일럿 당시보다 흥미진진해졌다. 

축구로 시작한 그녀들의 도약이 남자들의 생활스포츠로만 여겨지는 농구, 야구 등의 도전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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