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대선 승패를 가르는 세 가지 변수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대선 승패를 가르는 세 가지 변수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7.02 14:56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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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여든 야든 후보단일화 못하면

진다는 게 지난 대선의 교훈

부동산 민심, 야권에 유리하지만

경제 호전되면 달라질 수 있어

공정성 문제가 막판 변수 될 듯

한국 정치는 대선에서 시작해 대선으로 끝난다. 그만큼 대통령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방대한 규모의 비서진을 구성해 사실상 국정을 직접 진두지휘한다. 국무총리는 ’대독 총리’라는 별명이 붙어 다닐 정도로 평소에는 실권이 없다가, 큰 사고가 터지면 대통령을 대신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사표를 던진 이유도 청와대 참모진이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장관 역시 대통령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국회도 비록 군사정권 시절보다는 위상이 높아졌지만 같은 대통령제를 하는 미국 의회에 비하면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내년 3월 9일 실시될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누가 대선 후보가 될 것이고, 정권 교체는 가능할지에 대해 집중되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를 정치 일선에서 지켜본 필자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변수로 다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는 후보 구도이고, 둘째는 집권세력의 성적표이며, 셋째는 대선 당시 시대적 관심사이다. 이를 기준으로 지난 선거 결과를 분석한 후, 현시점에서 내년 대선 환경을 살펴보고자 한다.민주화 이후 처음 실시된 1987년 대선에서 시대적 관심사는 당연히 민주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후보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로 갈라짐으로써 여권 단일 후보로 나섰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1987년 대선에서 3위를 한 김영삼은 혼자 힘으로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수 3당 통합’에 합의하고 1992년 대선에서는 보수진영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야권은 현대 정주영 회장 출마로 분열됐고, 결국 김영삼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했다. 1997년 대선에서 여당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은 ‘3김 청산’을 기치로 내세워 명분 차원에서는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야권의 김대중 후보는 1992년 패배를 거울삼아 ‘DJP 연합’으로 야권 후보 통합을 이루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경선에서 패한 이인제의 본선 출마로 여권표가 분산됨으로써, 결국 이회창 후보가 본선에서 졌다. 2002년 대선은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3자 구도로 시작되었으나, 노무현과 정몽준 후보 간 연대로 노무현으로의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선거는 세대 간 대결 형태로 진행되었고, 젊은 세대의 대표주자 격인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단일 후보로 각각 정동영과 이명박을 내놓았으나, 당시 노무현 정권에 대해 국민이 크게 실망했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2012년 대선은 여권 박근혜 후보와 야권 문재인 후보가 각 진영의 단일 후보로 출마하여 상당히 팽팽한 힘겨루기가 진행되었지만, 막판에 박근혜 후보가 이회창의 선진당 세력을 끌어안음으로써 박빙의 차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끝으로 2017년 대선은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스캔들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진행됨으로써 야권의 단독 후보인 문재인이 비교적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야권은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지만, 여권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으로 분열되었기 때문에 야권의 승리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여권이건 야권이건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반드시 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이제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후보선정 과정에서의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에서 여권과 야권 모두 궁극적으로는 단일 후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문재인 정권의 성적표다. 현 시점에서 살펴보면 이는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부동산 정책 등 경제분야에서의 실패로 인해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선은 지금이 아니고 내년 3월 9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각종 선거의 최대 변수로 등장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이다. 지금 백신 접종 진행 속도로 보아 내년 3월쯤에는 코로나19 상태가 지금보다는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수출 부문의 회복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대선 시점에서의 경제상태 역시 지금보다 크게 나아질 것이다. 따라서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여권에 가장 불리하게 작용할 변수는 경제보다는 법집행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공수처의 미숙한 일 처리, 법무부 장관의 무리한 검찰 장악 시도 등으로 미루어 평등, 공정, 정의 등의 가치가 내년 대선에서 여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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