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羽化)
천년 고성(古城)에서
이무기인 채로
날 수 없는 날개는
한없이 자라고 있어
매일 밤 같은 주문을 외우지
얼마나 오래 살아야 저런 고목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저토록 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뻗어가야 잘 살았다 할 것인가. 아니 애초부터 담쟁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저 성이 지어졌을 때 성을 지키는 수호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 성에 살던 옛 주인들은 가고 없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천년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년 푸른 날개가 솟아 비를 내리고 바람을 몰아와서 풍요를 약속했는지도 모르겠다. 고작 몇십 년 산 나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세월을 고스란히 박제한 채 오늘도 여전히 푸르게 흘러가는 저 생명에게 경외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천년 수련을 마치고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기를 매일 밤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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