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막장 드라마’ 뒷얘기
[백세시대 / 세상읽기] ‘막장 드라마’ 뒷얘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7.16 14:01
  • 호수 7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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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연일 ‘윤석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 전 장관은 “헌법 법률상 의무를 저버리고 정치 무대로 뛰어들면서 대통령의 신임마저 저버린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다”며 “역사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한해 국민의 눈과 귀를 괴롭혔던 추·윤 갈등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당시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제거 임무를 부여 받고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칼과 사람’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오히려 청와대에 부담만 안겨주었다는 질책(?)만 받고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추 전 장관이 여전히 윤 전 총장에게 독기를 내뿜는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던 윤 전 총장의 입을 통해 추·윤 갈등의 전후 사실 관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추 전 장관의 전횡적인 검찰 인사이다. 언론은 그 인사를 두고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전 총장의 손발을 다 잘랐다’며 ‘검찰학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추 전 장관은 “검찰 조직 내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회처럼 군림하면서 주목 받는 사건을 독식하고 그것을 통해 명성을 얻으면서 꽃보직을 계속 누려온 특수통 출신 이른바 윤(석열 총장)사단”이라며 “사조직화 돼 있는 윤 사단을 깨는 인사를 단행했던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초,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해 뭘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저는 일 잘 하면 예뻐하고 어떤 사건 있을 때 발탁해서 쓰고 그런 거지 무슨 후배들을 사단이라고 해서 정기적으로 밥 먹고 이런 거 안 한다”라고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2013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돼 내려갔을 때도 특검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들 중 따로 만나 밥 먹은 건 국정원 댓글 수사팀밖에 없었다. 그것도 딱 두 명. 댓글수사 모임이 있고 제가 도와줘야 해서였지, 다른 검사들과 만난 적은 없다. 저는 실력으로 프로가 되라고 하지 무슨 인적 네트워크나 휴먼 릴레이션에 기대서 하는 거 안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이 직무배제, 징계청구를 한 당시 정황에 대해서도 밝혔다.

“실제로 나를 옷 벗기려고 했다. 징계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을 지난해 11월에 했다. 그게 깨지면서 제가 12월 1일 복귀하니까 이 사람들이 멘붕이 와서 나한테 그러더라. ‘그냥 추미애 장관과 동반 퇴진하면 징계는 없는 걸로 하겠다’고. 다시 말하면 제가 물러나 주는 걸로 약속만 해주면 추미애도 즉각 물러나게 하고 징계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검찰총장’이라고 추켜세웠다가 나중에 내쫓으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였다. 

당시 청와대 김 모 대변인은 (윤 총장이)조국 전 장관 지명 전부터 사모펀드 관련 내사를 진행하고 ‘내가 론스타를 해서 사모펀드 잘 아는데 조국 나쁜 놈이다, 대통령께서 임명하면 안 되고 내가 직접 뵙고 설명할 기회를 달라’면서 독대요청을 두 차례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윤 전 총장은 “그 사람들 이야기가 사실에 기반해 하는 거라고 보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했고 제가 중앙지검장으로 일하던 2년 동안 음으로 양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제게 많은 지원을 한 사람을 제가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렇게 하겠나, 그 사람들(여권 인사)은 내가 정치적 의도가 있어 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독대 요청에 대해서도 “전 독대요청을 한 적이 없다. 그건 말이 안 된다.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에게 독대요청을 하나. 일반 공무원은 대통령이 들어오라고 하면 만나는 거지 독대요청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무릇 다툼의 진상을 알기 위해선 쌍방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게 세상 이치다. 그렇지만 추·윤 갈등의 본질이 권력에 칼을 들이대는 검찰을 막으려고 벌어진 ‘막장 드라마’였다는 사실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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