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전화 해, 기다릴게
[디카시 산책] 전화 해, 기다릴게
  •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1.07.23 14:03
  • 호수 7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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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해, 기다릴게

언제 밥 한 번 먹자

인사치레로 건넨 말인 것쯤 아는데

아는데, 밥이라는 말이 너무 따스해서

함께 먹고 싶은 밥 고르고 골라

주머니에 꼬옥 넣고 다녀


밥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외로움이 깊을수록 강해지는 힘이 있다. 혼밥, 혼술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고 특히,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는 누군가와 마주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어버린 세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왁자지껄 먹는 밥이 맛이 있다. 혼자 쓸쓸히 먹는 밥보다는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먹는 밥은 보약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면 무얼 함께 먹으면 좋을까 상상하면서 음식을 골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사람은 이걸 좋아하니까 여기로 가면 좋겠어. 아 바닷가면 더 좋겠군... 이러저러한 혼자만의 고민이 끝나면 울리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긴 기다림이 남아 있다. 전화 해, 기다릴게. 밥, 먹자.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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