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문 연 ‘서울공예박물관’, 도자로 장식한 멋진 외관… 공예품의 역사도 한눈에
7월 16일 문 연 ‘서울공예박물관’, 도자로 장식한 멋진 외관… 공예품의 역사도 한눈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7.23 14:44
  • 호수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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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풍문여고 리모델링… 전시1~3동에서 다양한 상설‧기획전 운영 

자수‧보자기 작품 놀라워… 유명 도예가가 만든 공예품 의자 설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2. 토지 면적이 1만2826㎡에 달하는 이곳은 조선시대 안동별궁으로 사용된 왕가의 땅이었다. 그러다 광복 직전인 1945년 3월 이곳에 풍문여고가 들어선다. 왕족이 풍류를 즐기던 마당에는 학생들이 뛰노는 운동장이 들어섰고 70여년간 배우 손숙,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6일, 이 터는 학문의 전당에서 공예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이 문을 연 것이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공예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다 풍문여고가 강남구 자곡동으로 이사하면서 옛 안동별궁 자리를 박물관 터로 낙점했다. 1940년부터 하나둘씩 지어진 학교 건물 5개 동을 부수지 않고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안내동만 신축했다. 또 높은 담을 없애고 야외에도 다양한 공예품과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게 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공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공예품뿐만 아니라 공예를 둘러싼 지식과 기록, 사람, 환경 등을 연구하고 공유함으로써 공예가 지닌 가치를 다방면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박물관은 이러한 공예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상설전과 기획전을 구성했다. 먼저 상설전으로는 직물공예전 ‘자수, 꽃이 피다’(전시3동 2층)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전시3동 3층), 공예 역사 전반을 다루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전시1동 2층),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예마을’ 등을 준비했다.

동시대 공예 등 3개 기획전도

또 기획전으로는 다양한 동시대 공예를 엿볼 수 있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전시1동 3층 ), 과거에서 현재까지 귀걸이의 의미를 조명하는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전시1동 1층), 서울무형문화재 작품을 전시한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전시2동 1층) 등을 선보인다.

서울공예박물관 중 유일하게 신축한 교육동.
서울공예박물관 중 유일하게 신축한 교육동.

이중 공예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변천사를 알고 싶다면 전시2동에서 진행하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관람하면 좋다. 인류 역사는 곧 공예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류는 구석기시대부터 돌‧흙‧나무 등 자연 소재를 가공하는 도구를 발명하고 기술을 개발하면서 발전해 왔다. 한반도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주요 공예 소재와 장인들을 관리했다. 고종의 경우 자주적인 강대국을 만들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등에 독립관을 설치, 도자기‧나전칠기‧비단‧금속공예품 등을 출품하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공예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그간 잘 조명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공예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전통 공예가 위축되고, 산업 공예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던 당시 시대 변화는 물론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공예품들을 다룬다. 김진갑(1900~1972), 전성규(?~1940) 등 현대 나전칠기공예에 큰 영향을 미친 장인들의 주요 작품과 공예사에서 갖는 의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획전 중에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전을 주목할 만하다. 광복 이후 공예 발전사를 소개하는 전시에서는 근현대 공예가들의 작품과 관련 자료들을 소개한다. 콜로세움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배세진 작가의 ‘고도를 기다리며130307-134090’ 등 도자기를 비롯해 각종 가구, 그릇, 소반들과 현대공예, 유리공예 작품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직물에 관심이 있다면 ‘자수, 꽃이 피다’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전을 둘러보면 좋다. 국가 보물인 ‘자수 사계분경도(四季盆景圖)’, 서울시 문화재 ‘현우경(賢愚經) 표지’, 일상용품인 골무에 자수를 놓은 것들을 보다 보면 문양의 섬세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물건을 보관하고 간편히 들고 다닐 수 있는 용도의 보자기에 수놓은 장인들의 정성도 놀랍다.

또 서울공예박물관은 박물관 내외부 공간을 강석영(도자), 김익영(도자), 김헌철(유리), 박원민(레진), 이강효(도자), 이재훈(돌), 이헌정(도자), 최병훈(돌·나무), 한창균(대나무) 등 9명의 공예가 작품으로 꾸몄다. 

거리두기 4단계로 예약제 관람

전시3동의 경우 강석영 작가의 도자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박물관이 위치한 북촌이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곳임을 감안해 청자‧백자‧분청으로 외벽을 채웠다. 4000장이 넘는 도자를 구웠고, 2000장의 도자를 사용해 옛스러움을 더했다. 풍문여고의 운동장이었던 광장에는 이강효 작가의 도자 의자 30여개를 배치했다. 직접 배합한 흙으로 만든 분청 의자는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실용성과 예술성을 잘 겸비하고 있다. 전시3동 1층에서는 한창균 작가가 만든 대나무 의자들이 관람객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한 작가는 담양에 있는 자신의 대나무밭에서 직접 채취한 대나무로 의자를 만들었고 각 작품마다 짜임새가 달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사전관람 예약(무료)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6회차, 회차당 90명만 가능하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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