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回春) 18
회춘(回春) 18
  • 서진모
  • 승인 2009.02.23 14:57
  • 호수 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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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여자의 욕망
그의 혀는 매끈하고 고운 그녀의 다리에서 발목으로 움직였고 날렵한 동작으로 다시 출렁이는 양 가슴 고지를 향해 뜨거운 애무의 공격을 했으며 오른손은 역삼각 검은 계곡을 탐색하고 있었다. 이십대 처녀의 살결처럼 희고 깨끗한 피부를 간직한 숙경의 나신은 점차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마치 갓 잡아올린 한 마리의 큼직한 장어처럼 그렇게 펄떡펄떡 꿈틀거렸다.

준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그의 거대한 남성은 마치 힘센 머슴의 손에 들린 굵은 떡메처럼 그녀의 열려있는 중심부를 사정없이 찍어 내렸다.

“아악~!”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지르면서도 행복한 통증과 무한한 쾌감으로 숙경은 양팔에 힘을 모아 준식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오랫동안 갇혀있던 원초적 본능, 그 응축된 욕망이 자유를 만나 내지른 함성과 함께 초저녁부터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와 천둥소리도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우루루 쾅쾅…!! 얼마나 요란한 육체의 향연이었나.

마치 소금물에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진 숙경은 머리 맡에 있는 크리넥스를 뽑아 준식의 이마에 솟은 땀을 닦아줬다. 그리고 담배를 물었다.

“죄송합니다. 무례한 짓을 해서…”
“아, 아니야 준식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무례는 내가 했지. 너무 행복했어…. 탈무드에 보면 말이야 이런 글이 나오지. 섹스를 할 때는 발정기의 동물처럼 하구 식사를 할 때는 임금처럼 천사처럼 하라구. 읽어봤어?”
“예. 언젠가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 그러니 이제 우린 지금부터 신분도 나이도 다 잊어버리는 거야. 가끔 한번씩 이렇게 황홀한 천국의 계단을 올라가는 여행을 하자구…. 그리구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우리 서로 돕고 사는거야. 그렇다구 어떤 이윤을 따지거나 하는 그런 비즈니스는 절대 아니야. 물론 성매매도 아니구. 알았지?”
“예. 명심하겠습니다. 누님…”

두 사람은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다시 향기가 색다른 와인을 따라 마셨다.
“아, 정말 준식이 테크닉 대단하네. 나 완전히 죽는 줄 알았어.”

그녀의 눈웃음에는 희열 가득한 생기가 마치 메말랐던 야생초들이 소낙비를 맞은 이튿날의 푸르름처럼 그렇게 싱싱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너무너무 황홀했어. 내 인생에 몇 남자가 스쳐 지나갔지만 준식이 같은 남잔 처음이야. 여자의 행운 중에 가장 큰 행운은 쾌락의 절정이라는데 여자를 잠자리에서 서글프게 하는 남자는 제 아무리 명성 높고 돈이 있어도 별 볼일 없어. 자기 욕망만 채우고 쓰러져 자는 남자, 고개 숙인 남자들은 정말 매력없어…. 안그래?”
“그런데 누님. 전 솔직히 불안합니다. 자꾸만 바깥분이 생각이 나서…”
“괜찮아. 염려 마. 그 인간 지금쯤 아마 그 여우같은 기집애하구 즐기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를 거야…”
“그렇지만 집에서는 좀….”

“그래, 물론 이건 불륜이지. 윤리를 일탈한 불륜… 그런데 일본의 유명 작가 와따나베 준이찌는 불륜의 관계가 더 황홀하고 더 힘을 솟구치게 한다구 했어.”
이건 이미 한번 육체관계를 뜨겁게 나눈 여인의 응석에서 나오는 교태가 잔뜩 담긴 말이었다. 여자가 바람이 나면 이렇게 대담해 지는건가….

“일본 애정소설의 대명사 격인 그 양반은 실낙원이라는 소설책을 써내고 영화까지 제작돼 유명세를 떨치자 연예전문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지?”
“무슨 말을 했는데요?”

“응. 불륜일망정 나이 차이에 관계없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워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복이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라구… 말이야.”
모처럼 뜨거운 남성의 향기에 취하고 그리고 고급스런 포도주에 취한 숙경은 이 밤을 도저히 혼자 그냥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막연한 허전함이 다시 밀물처럼 몰려왔기 때문이다.

‘한번만 더’ 라는 단서를 달아 준식의 손을 잡고 다시 침대로 갔다.
‘한번 터진 봇물은 겉잡을 수 없는건가? 아니면 한번 지핏 화롯불은 이슬비로는 꺼지지 않는건가?’
준식은 담배에 불을 당겨 물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어쨌든 이런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튼튼하게 확립되어야 하고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의 끈을 당겨야 한다고. 그래서 군대생활 때 장군의 부인 그 집요한 유혹도 이겨낸 적이 있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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