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소말리아 내전 현장서 탈출 위해 손잡은 남과 북
영화 ‘모가디슈’, 소말리아 내전 현장서 탈출 위해 손잡은 남과 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7.30 15:18
  • 호수 7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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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이 손을 잡고 극적으로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작품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대사관이 손을 잡고 극적으로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1991년 남북대사관 합동 작전 다룬 실화 바탕

100% 해외서 촬영, 사실성 높여… 긴박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신 압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한 대사, 갈 곳이 없소.”

남과 북의 갈등이 극심했던 1991년, 소말리아에서는 내전이 발생한다. 이때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설치된 북한 대사관은 반군에게 식량과 재산을 모두 약탈당한다. 급기야 대사관 직원들의 목숨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때 북한 림용수 대사는 끝까지 하고 싶지 않은 선택, 남한 대사관에 문을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남한의 한신성 대사는 고민에 빠진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250억원의 제작비, 100% 해외 촬영으로 주목받는 ‘모가디슈’가 7월 28일 개봉했다. ‘베를린(2012)’, ‘베테랑(2015)’ 등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팀의 합동 탈출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소말리아 주재 남북 대사관 사람들은 1991년 1월 1일부터 12일까지 12일간 사선을 넘나들며 안전지대인 케냐 남부 몸바사 공항 활주로에 도착해 극적으로 탈출했다. 당시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1983)’,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1987)’ 등 북한이 저지른 테러로 인해 남북한 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또 이 시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잇달아 개최하며 자신감을 얻은 우리나라는 유엔 가입에 열을 올렸다. 많은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 위주로 외교 총력전을 벌였는데 소말리아 역시 그중 하나였다.

유엔 먼저 가입 위해 경쟁하던 시대 배경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한신성 한국대사(김윤석 분)는 유엔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만남에 공을 들인다. 같은 시각 아프리카에 진출해 외교작업을 해왔던 북한 역시 유엔 가입을 위해 지지표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몰입했다. 

결국 소말리아 대통령을 어렵게 면담하게 된 한 대사는 안기부 출신 정보 요원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분)의 도움을 받아 선물을 한가득 준비하지만 이동 과정에서 강도를 당한다. 뛰어갔지만 대통령궁에 15분 늦게 도착했고, 소말리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 분)와의 면담을 끝낸 후였다. 자신들을 약탈한 강도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이라 여긴 남측은 북한이 소말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팔고 있다는 정보를 흘리는 것으로 대응한다. 이로 인해 두 대사관은 충돌 직전까지 몰린다. 

그런데 이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소말리아가 내전으로 큰 혼란에 빠진 것이다. 독재정권에 대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부패에 신음하던 민중들이 쿠데타를 지지하고 나선 것. 

치안 공백이 발생하자 민중들은 무차별 약탈을 벌이고 각국 대사관들은 모가디슈에서 서둘러 철수한다. 반군들의 습격을 받은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림 대사를 따라 중국 대사관을 찾아가지만,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림 대사는 어쩔 수 없이 일행을 이끌고 한국 대사관으로 향한다. 한국 대사관은 기지를 발휘한 강대진 참사관 덕분에 현지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한 대사는 고민 끝에 북한대사관 일행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뾰족한 탈출 방법은 없었다. 반군과 폭도의 위협은 이들을 점차 옥죄어오면서 남북 대사관팀은 거대한 위기에 봉착하고 유일한 희망인 탈출 작전을 시작한다.

이번 작품은 올해 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답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프리카라는 이국적인 풍경,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총격신과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전, 대규모 군중신 등은 감탄을 자아낸다.

소말리아가 여행금지국인 탓에 실제 촬영은 소말리아와 가장 흡사한 환경인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4개월 동안 진행됐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포장된 도로 위에 직접 흙을 덧대어 1990년대 당시 소말리아의 비포장도로를 완성하고, 모로코 건물 위에 소말리아의 건축 양식까지 재현하며 생생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김윤석·조인성 등 배우들의 호연

영화의 백미는 단연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탈출 장면이다. 중무장한 차량 4대가 탈출 장소로 가는 과정이 아슬아슬함 그 자체다.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이는 수천 발의 총알을 뚫고 생존을 위해 질주하는 장면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의 호연도 빛난다. 김윤석은 우유부단하면서도 정 많은 한 대사의 캐릭터를 능청맞게 표현한다. 껄렁껄렁한 듯 하면서도 치밀한 지략을 가진 안기부 출신 참사관을 연기한 조인성과 극한상황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냉철한 북한 대사로 분한 허준호의 연기 역시 글의 몰입도를 높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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