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이젠 두렵지 않다 ⑤
파킨슨병 이젠 두렵지 않다 ⑤
  • 김영동
  • 승인 2009.02.23 16:15
  • 호수 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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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존 탈피… 스스로 하자!

▲ 김영동
①파킨슨병의 초기증상
②파킨슨병의 정체
③식이요법과 약물요법
④스트레칭이 파킨슨병 진행을 지연시킨다
⑤일상생활은 자력으로
⑥변비퇴치요법
⑦투병 1년 회고
⑧다른 질병관리
⑨온천욕이 파킨슨병 치료에 좋은가
⑩환자의 노력으로 증상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을까?

파킨슨병 환자는 대부분 초기증상만으로는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고, 진단이 내려지면 그때 비로소 파킨슨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60~70대 고령의 경우 초기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개 나이 탓으로 돌리고 생각 없이 일상생활을 하다 병을 키워 병원에 온다고 한다.

내가 그랬다. 병원에서 확진받기 2년 전에 이미 초기증상이 온 것을 모르고 지냈으며 여러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났을 때도 나이 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든 병은 조기발견이 치료의 관건이라고 하는데 내 경우 조기발견은커녕 되려 2년이 넘도록 병인(病因)을 키워온 셈이 되고 말았다. 얼마나 무지하고 미련했으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이와 같은 파킨슨병은 발병 초기부터 환자 자신마저 착각 속에서 시작하는 병이다. 동시에 가족의 배려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특이한 질병이기도 하다. 따라서 증상이 심해지는 것과 비례해서 가족의 손길도 더 필요해진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지극히 사소한 것까지 가족에게 의존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자제해야 한다. 동시에 자기 일은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따라서 나는 혼자서도 행동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기로 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투병기 쓰기였다. 파킨슨병 치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얻은 상식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투병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체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치료 내용을 기록하는데 특히 증상의 변화, 약물복용 내용과 그 효과 등을 모아 파킨슨 투병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글씨를 제대로 못 쓰는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본질적으로 글씨 쓰기가 어렵고, 쓰다보면 글씨가 점점 작아져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조차 어려워진다. 거기에 더해 글 한 줄을 쓰고 나면 힘이 들어 쉬는 시간이 필요해지고, 그러는 사이 생각했던 내용을 잊어버려 곤란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도 이에 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쉬기도 하고, 썼던 것을 지우고 다시 쓰기도 하면서 글 쓰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렇게 반복 노력해도 하루에 한 페이지를 완성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투병의 한 방법으로 이런 과정이 참 좋은 것 같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글쓰는 문제에 대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이유가 이해됐다. 사실 비법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파킨슨병 환자가 책을 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번에 쓰는 투병기를 중단하거나 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언젠가는 책이 완성된다는 기쁨과 희망을 갖고 아침저녁으로 더 열심히 썼다. 비록 주목받는 책을 쓰지는 못한다 해도 이번 투병기가 내 인생의 마지막 집필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앓고 있는 이 질환이 2~3년 후까지 내게 글 쓰는 능력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으로 쓴 책이 몇 권 되지만 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책다운 책은 없었다. 다만 이 책들을 내 후손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할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다음으로는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고, 곧바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며 부지런히 조간신문을 본다. 만약 이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아주 바쁜 일상의 직장인 모습 같다고 할 정도다.

사실 건강하고 직장이 있는 사람이 책 읽는 것을 일과로 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할 일이 없거나 정상인과 같을 수 없는 환자에게 무료한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방법으로 독서만큼 유익한 것도 없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상식을 넓히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는 책 읽는 것이 그만이다.

끝으로 부지런히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4~5회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3~4시간을 체육관에서 보낸다. 골프도 한 달에 2~3회 필드에 나간다. 사정에 따라 집에서 러닝머신 위를 걷기도 한다. 또 집 주위를 산책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운동을 하게 되면 몸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좋아지곤 했다.

이와 같은 운동 스케줄은 2007년 2월 말까지 적용했고, 그 후에는 아침 일찍부터 걷기 운동과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 역시 나의 증상과 계절, 여건 등을 고려해서 시간을 조절하면서 하고 있다.
움직이는 것을 멀리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잡념이나 공상 등에 사로잡혀 비생산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한숨과 이마에 주름살이 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 일거에 삼보(三寶)를 얻게 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앞서 설명한 3가지 활동을 통해 자조(自助), 자립(自立), 자활(自活)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권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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