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짚공예체험교실 신현부 교장
전통짚공예체험교실 신현부 교장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2.2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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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 길꽃어린이도서관서 전통놀이 전수

▲ 신현부 교장이 초가집에서 짚공예품을 만들기 위한 새끼줄을 꼬고 있다.
갓과 개량 한복을 갖춰 입은 신현부(77·사진) 교장의 모습은 영락없는 훈장님이다. 신 교장은 2년 째 아이들에게 전통놀이와 짚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게임기와 컴퓨터에 익숙한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쳐다나 볼까? 뭘 모르는 소리, 한 주 200~300여명이 찾아올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서울 방화근린공원에는 그림책에서나 봄직한 초가집 2채가 있다. 전시용 초가집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 정교하게 잘 지었다. 초가집 옆 ‘길꽃전통놀이 전통짚공예 체험교실’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없었더라면 '대체 누가 이 도시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가' 의아해 할 만하다. 이곳이 바로 신현부 교장이 일하는 곳.

초가집 한 채 규모는 약 26m²(8평). 이곳에서 신현부 교장을 비롯해 25명의 어르신 강사들이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이들에게 짚공예를 가르친다. 사람들이 찾지 않을 때는 짚으로 소나 코끼리, 소쿠리, 계란꾸러미 등을 만드는 작업공간으로 활용한다.

초가집이 1년 전에 이엉을 올렸다. “방화3동 경로당 회장 몇 명이 모여 식사를 할 때였지요. 얘기를 나누다 누군가 ‘노인들이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우니 노인인력을 활용해 옛것을 재연해 보는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지요.”

그 자리에는 평소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던 길꽃어린이도서관 김동운 관장도 있었다. 김 관장은 곧바로 구청으로 달려가 의견을 제시했고, 구청 측에서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때 가장 먼저 시작된 일이 바로 초가집 짓기였다.

구청 녹지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쓸모없이 버려지는 아카시나 나무와 나뭇가지를 모아 초가집에 쓸 목재를 대신했다. 어르신들이 직접 나무 발을 엮고 흙을 발라 초가집을 만들었다. 초가집을 만들면서 공원 인근에 천막을 치고 전통놀이교실을 먼저 문 열었다.

체험교실에서 활동하는 어르신 강사들은 방화3동 경로당 회장단으로 구성된 노인연합회 회원들이다. 나이도 70~80대가 대부분이다. 처음엔 열 명도 안됐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입소문을 타면서 하나둘 늘었다. 젊은 시절 익힌 솜씨를  뽐내고 아이들에게 ‘선생님’  ‘훈장님’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자부심도 대단하다.

초가집을 찾는 어르신들은 하루 평균 5~6명.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초가집 안으로만 들어오면 별말 없이 볏짚을 엮는다.

“요즘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5번, 6번이래.” 한 어르신이 한 마디 거들고 나섰다.

“5번 6번인 뭔가요?”

“며느리들 사이에서는 첫째가 자식, 둘째가 강아지, 셋째가 남편, 그 후가 노인네들이래. 그런 세상에 신 교장 아들은 효자야. 이거 다 신 교장 아들이 사줬어.”

어르신은 입고 있던 한복과 갓을 가리켰다. 체험교실에 구경 온 신 교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활동적인 모습을 본 뒤 힘을 실어주고자 회원들과 함께 입을 수 있도록 갓과 한복 구입비용을 내놨다.

체험교실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팽이치기, 구슬치기,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등 전통놀이가 교육과목이다. 날이 좋을 때는 초등학교 체육시간를 비롯해 유치원, 어린이집, 노인대학, 주말 가족체험교실을 통해 전통문화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체험장에는 짚으로 엮은 만든 소와 코끼리, 악어, 인형, 소쿠리, 바구니, 짚신, 계란꾸러미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한다.

“3세대가 함께 즐기며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우리들의 가장 큰 바람이었지요. 다행이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요. 젊은이들이 우리가 만든 작품을 카메라에 담거나 전통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을 보변 뿌듯해요. 우리가 그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잖아요.”

취미삼아 시작한 일이 ‘대박’이 나면서 신현부 교장의 꿈도 커졌다.

그는 “지금까지 어르신들이 자원봉사로 시작했지만 올해부터는 구청에서 1400여만원을 지원 받았다"며 싱글벙글이다.

"올해 안에 근린공원 인근에 2314m²(700평) 규모의 ‘전통놀이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김재현 구청장의 확답도 받았다고 했다.

전통놀이 공원에는 짚공예를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을 비롯해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육장이 들어 설 예정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가족들이 웃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신 교장의 자랑이 꼭 실현되기를 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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