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부동산 폭등, 누구의 잘못인가”
[백세시대 / 세상읽기] “부동산 폭등, 누구의 잘못인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8.20 14:31
  • 호수 7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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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정상이 아니란 걸 부동산 시장에서 실감한다. 일 년 전 경기도 양주 대단지 아파트 20평대 분양권을 3억원대에 구입한 지인은 “건물이 올라가지도 않았고 땅만 파놓은 상태인데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더라”며 과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폭등의 이유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이란다.  

서울 서대문구의 빌라에 거주하는 또 다른 지인은 최근 “1년 전 4억원 조금 못주고 산 집이 지금은 6억원 대를 호가한다”며 “아파트와 비교하면 너무 적게 올라 후회막심”이라고 억울해 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이 부동산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잘못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누가 만든 것인가.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집값만큼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 호언장담의 주인공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김 전 수석은 문 정부 초기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해 ‘왕수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가 내놓은 6·19 대책은 대출은 죄고 규제 지역은 확대하는 것이다. 이후 김 전 수석은 기회 있을 때마다 “더 센 카드가 아직 많다”며 시장을 압박했다. 이후 내놓은 카드는 하나 같이 노무현 정부에서 활용했다 실패했던 카드였다. 

김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4년 6개월간 국정과제·국민경제·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내며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노 정부는 공급보다는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 정책을 쓰다 결국 집값을 잡지 못하고 정권을 내줘야 했다. 노 정부 때와 다른 점은 규제의 강도가 강해졌다는 점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이 김 전 수석의 정책 오판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6월 14일)에서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이면엔 공통적으로 김수현이란 분이 있고 이 분이 문 정부 때도 노 정부 때와 같은 정책을 썼다”고 비판했다.

김 전 수석과 나란히 부동산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간 이가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6월 23일, 장관 취임식을 대신해 부동산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5월 주택 거래 내용을 분석한 그래프를 보여주며 “5월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새로 주택을 매수한 사례가 전년 동기보다 확 늘었다”며 “집이 있는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또 집을 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 전 장관은 이후 두 달에 한 번 꼴로 다주택자를 저격했다. 당시만 해도 김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를 제치고 부동산 대책을 세울 정도로 문 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내 집을 갖고 싶고 더 크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국민의 기본욕구는 무시했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이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유·무주택자들 사이에 비난과 비아냥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발굴해서라도 서울 주택을 늘려라”라고 지시하자 ‘골프장에, 철도 위에 집을 짓자’, ‘그린벨트 해제’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들불처럼 번지는 반감 여론에 밀려 김 전 장관은 경질됐고 이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는 “드디어 교체됐다”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김 전 장관의 교체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공급이 충분하니 투기만 잡으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았다. 그게 잘못된 판단의 핵심이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론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어 집은 충분하다”면서도 “2020년 한국의 대학 입학 정원이 47만여명에 반해 수능 응시자는 42만여명인데도 대학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왜 그런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집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다음 정권을 잡을 후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이런 부동산 개념만 갖고 있어도 이 정부처럼 집값이 미친 듯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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