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놀이터, 거동불편자도 접근 편하게 해야
어르신놀이터, 거동불편자도 접근 편하게 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8.27 13:28
  • 호수 7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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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어르신놀이터 가보니…

서울 광진구 등 지자체들 속속 조성… 100여개 지자체 도입 고려

QR코드 활용 등은 평가할만… 우천시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광진구 구의동과 광장동 사이 천호대로 터널 상부에 조성한 광진숲나루. 인공폭포와 다양한 운동기구, 벤치 등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곳에는 어르신놀이터라 불리는 ‘시니어파크’가 새롭게 조성됐다. 근력 중심의 기존 운동기구와 달리 유연성과 균형감각 유지‧강화를 돕는 운동기구 15종을 설치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시점, 이 새로운 복지시설은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어르신놀이터’란 고령자를 위한 운동·놀이기구가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 기존 공원이나 산책로에 설치된 운동기구들이 대부분 근력 강화를 목적에 뒀다면, 어르신놀이터의 운동기구는 음식용기 열기 등 노인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구들로 구성됐다.

‘손가락 계단’ 등 종류도 다양

그래서인지 작은 계단 모형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손가락 계단’, 구불구불한 철제봉을 따라 링을 이동시키는 ‘물결 건너기’, 스프링 위에 앉아 균형을 유지하는 ‘힙 스프링’ 등 기구의 모양도 생소하다.

이들 기구는 손가락·손목·팔꿈치·어깨 등을 움직여 눈과 손의 조화와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본적인 움직임에 필요한 근육·유연성을 강화해 건강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 우울증, 불안 등 정서적 문제를 완화시킨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모든 기구는 노인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설계·제작됐고 실제 체험해 본 결과 일반 기구와 달리 다칠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해 보인다.

지자체들은 기존 놀이터에 노인 운동기구를 설치하거나 새로 시설을 구축하는 등 어르신놀이터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100여개 지자체가 어르신놀이터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진구의 경우 전국 최초로 특허받은 국내산 어르신 전용 기구를 설치해 차별성을 뒀다. 또 어르신들이 운동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운동기구 별로 사용법을 알려주는 이미지 설명서를 부착했고 그 아래는 기구활용법을 소개하는 QR코드도 삽입했다. 

QR코드를 찍으면 기구활용법이 동영상으로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운동처방사의 지도하에 경로당, 복지관 등 노인복지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경로당, 복지관 일변도에서 탈피해 어르신을 위한 전용 야외공간을 확보하고 건강도 챙긴다는  의도는 좋지만 효과성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르신놀이터의 기구를 사용해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대상자로는 거동이 불편해진 고령자에게까지 맞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니어파크가 조성된 광진숲나루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8월 25일 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광나루역에서 시니어파크까지 보통 걸음으로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하지만 태반이 오르막길이었고 일부 구간은 가파르기까지 했다. 즉,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경우 광진숲나루까지 가는 것이 벅차보였다.

여름‧겨울에 사용 어려운 점 등 개선 필요

또한 야외라는 환경 때문에 봄‧가을을 제외한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엔 사실상 개점휴업할 상황에 놓인다. 게다가 완전히 오픈된 구조여서 비 오는 날에는 할 수가 없다. 기자가 방문한 8월 25일에도 오전에 내린 비로 인해 이용자가 거의 없었다.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광진구는 A업체와 3800여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고 시니어파크를 조성했다. 이 비용이면  슐런 등 어르신들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기구를 전 경로당 또는 대다수 경로당에 설치 가능하다. 이로 인해 누구나 방문하기 어려운 곳에 운동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고령자들의 접근성도 높고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운동효과도 입증되고 놀이성까지 갖춘 슐런 등을 보급하는 것이 더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공공 운동기구들이 부실 관리와 이용자들의 외면으로 골칫덩어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무작정 또다른 운동기구를 들여놓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될 수 있다”면서 “수요조사를 거쳐 앞서 설치된 어르신놀이터를 모니터링해 활용 가능성을 충분히 살핀 후 도입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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