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55] 여름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55] 여름
  • 이승현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권역별거점번역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21.08.27 13:45
  • 호수 78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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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름

사람 사는 땅을 멀리 벗어난 듯하니

시냇물이 콸콸 쏟아지는 때로다

향기로운 석류꽃 내음은 늦모종을 재촉하고

똑똑 오동나무 물방울은 새 시를 적시누나

이어진 장마에 소와 양은 늘어져 있고

궁벽한 시골 마을에 열매는 더디 익는다

맑게 갠 한낮의 한바탕 꿈

남들은 참말로 몰라야지

 

㢠似離人境 (형사리인경)

溪聲最壯時 (계성최장시)

榴薰催晩稼 (류훈최만가)

桐溜滴新詩 (동류적신시)

積雨牛羊倦 (적우우양권)

窮村蓏果遲 (궁촌라과지)

一回淸晝夢 (일회청주몽)

端不許人知 (단불허인지)

- 황현(黃玹, 1855~1910), 『매천집(梅泉集)』 제1권 「갠 여름날[夏晴]」


참 많이 예민한 시절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보건위기에 더해 날은 또 무덥고 습하다. 무리와 어울려 운치 있게 탁족하는 맛도 시원한 휴양지의 여유도 언제 일인지 모르겠다. 관계는 단절되고 개인은 고립되었다. 모두 지치고 힘들고 턱턱 숨이 막히는 그런 시절이다.

매천 황현이 처한 시기야 이보다 심함이 있다. 개항,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갑오경장, 을미사변, 을사조약, 일제의 병탄까지 그가 세상에 성립(成立)하여 식자(識者)로 산 청장년 시기에 역사는 동탕(動蕩)하고 나라는 위급존망에 놓였다. 바야흐로 비통의 시절이다. 그가 절명(絶命)하며 남긴 시에 “인간세상 식자로 살기 어렵다.[難作人間識字人]”라는 말이 울림이 있다.

매천은 자기 시대의 시를 중시했다. 사람은 자기가 처한 시대의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니 나와 상관없는 옛 시대의 풍격으로 시를 짓는 것은 가식적인 것이므로 내가 처한 시대와 현실에 기반하여 당대의 시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를 지은 30대 후반, 매천은 농촌의 식자층으로 자신이 사는 농촌의 정경을 참신한 표현으로 잘 그려내었다.

길게 이어지던 장마가 그치고 날이 갠 어느 여름날, 인기척이 모두 사라져 사람 사는 땅을 벗어난 것만 같은데 장마 뒤에 불어난 시냇물 소리만이 콸콸 들려온다. 석류꽃 향기는 늦모종을 서둘러야 할 때임을 알려오고 오동나무에서 똑똑 떨어지는 비온 뒤 물방울 소리는 새로 짓는 시의 시상을 배가시켜준다. 주변의 소와 양은 오랜 장마에 게으르게 늘어져있고 가난한 농촌 마을의 풀 열매 나무 열매는 더디게만 익는다. 한바탕 낮잠을 자고 일어난 매천을 둘러싼 이 광경은 오롯이 매천만의 것이다. 무슨 눈이 번쩍 뜨일 기교나 난해한 고사 하나 없이 정갈하게 여름날 오후 시골마을의 담박하고 여유로운 정취를 삼삼히 그려낸 수작이다.

나 역시 답답하고 고독한 마음을 풀 요량으로 더운 여름날 옛 시인의 책을 뒤적인다. 맑은 시 한 수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음을 느낀다. (하략)

이승현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권역별거점번역연구소 책임연구원

(츨처: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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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8-28 00:51:40
추가로 법제화. 성대 6백주년 행사때는 대통령.국무총리.교육부 장관 참석하였습니다.

.*성균관대,개교 6백주년 맞아 개최한 학술회의. 볼로냐대(이탈리아), 파리 1대(프랑스), 옥스포드대(영국), 하이델베르크대(교황윤허,독일),야기엘로니안대(폴란드) 총장등 참석.

http://blog.daum.net/macmaca/1467

http://blog.daum.net/macmaca/733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

윤진한 2021-08-28 00:50:52
에도 맞지 않는게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임.해방후 미군정부터 국사 성균관(성균관대)교육을 시켜온 나라 대한민국임.

국사 성균관(성균관대)나라. 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의 정통 승계 성균관대는 국내외에서 6백년 넘는 역사를 행정법.국제관습법으로 인정받고 있음.Royal성균관대.세계사의 교황반영, 교황윤허 서강대는 국제관습법상 성대 다음 Royal대 예우.패전국 일본 잔재이자, 불교 Monkey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는 한국영토에 주권.자격.학벌 없어왔음

*성균관대로 정통을 승계하기로 하자, 미군정이 향교재단의 재산으로 성균관대 재정에 기여토록 하는 법을 추가로 만들어 주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때 대통령령으로 시작된 한국민족문화대백과발행으로 행정법상 조선 성균관 승계를 추

윤진한 2021-08-28 00:49:55
Royal성균관대는 太學등의 별칭있고,왕립대학이며, 대한제국의 皇대학 전통과 자격을 가지고 있음. 해방후의 주권없는 일제잔재 중심 비신분제 국립대학과는 성격도 다름.카이로선언이후 프랑스.소련.폴란드등이 승인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제법.국내법적 위상을 상기하고, 패전국 일본잔재로 한국영토에 주권이 없어온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패전국 일본잔재로 적산재산 형태)를 국립대로 강행할때, 전국적인 반대와 서울대생들의 등록거부.자퇴등이 있었던 상황도 인식해야합니다.

국제법상 일본이 항복후, 포츠담선언(카이로선언 포함)에 따라, 한국영토에서 일본의 모든 주권은 없어왔음.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는 한국영토에 주권.자격.학벌이 없어왔음. 현행헌법 임시정부 구절(한일병합 무효, 을사조약등 불평등 조약 무효, 대일선전포고)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