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구 대한노인회 충북 진천군지회장 “마을이장이 나이 들어 경로당 회장 돼…그들과 노인행복 위해 일해 기뻐”
박승구 대한노인회 충북 진천군지회장 “마을이장이 나이 들어 경로당 회장 돼…그들과 노인행복 위해 일해 기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8.27 13:51
  • 호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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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학 수료생들 자원봉사클럽 구성…“동창회도, 자원봉사도 잘 돼” 

지회 사무국장 시절, 군청 예산 끌어내 직원 월급 해결·사무실 마련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충북 진천군지회는 최근 20쪽짜리 분량의 홍보책자인 ‘생거진천 노인회’를 펴냈다. 경로당과 지회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배포하는 이 홍보물에 지난 10여 년간의 지회 사업 실적을 담아 지회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2011년 당시보다 경로당이 30개 많은 291개, 노인자원봉사클럽과 회원 수는 각각 5개, 100명에서 15개, 283명, 노인일자리는 121개에서 1000여개로 대폭 늘었다. 노인대학 졸업생은 총 1583명이다.

이 기간에 사업수행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가 다름 아닌 박승구(73) 진천군지회장으로 지회 사무국장(2011~2017년)을 거쳐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지난 8월 23일, 진천읍 문화7길에 위치한 지회를 방문한 날은 마침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노인대학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노인대학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경로당 회원 중에 아직까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차 접종까지 마친 분들에 한해 조심스럽게 노인대학 수업을 하고 있다. 오늘은 선문대 교수 출신 강사가 ‘행복한 노후생활’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찾아가는 노인대학’도 운영한다고.

“광혜원, 초평 등지에서 읍까지 나오기 힘든 점을 고려해 그곳에 ‘은빛아카데미’(노인대학)을 설치하고 분회 사무실을 강의실로 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초빙강사, 사무국장과 함께 수업에 참석한다. 한 달에 6번 열리는 노인대학을 챙기다보면 어느새 날짜가 훌쩍 지나간다(웃음).”  

-‘생거진천’이란 말이 생긴 배경은.

“지리적으로 서울하고 가깝고 살기가 좋아서이다. 면마다 저수지가 잘 조성돼 있어 농사짓는데 어려움이 없고 쌀이 많이 생산되니 인심이 좋을 수밖에 없다. 진천 쌀로 지은 밥맛이 좋다는 걸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준다. 여긴 크고 작은 공장이 1300여개나 돼 인구가 늘고 노인일자리도 풍부한 편이다.”

-취임 3년째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지난 2년간 해온 ‘우리 동네 거점 돌봄센터’ 운영에 회원들이 대단히 만족해한다. 규모가 있는 경로당 26곳을 거점으로 한방치료, 복약지도, 물리치료, 만성질환·낙상예방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서 물리치료협회서 보내주는 실력 있는 물리치료사들의 도수치료가 가장 인기다.”

-‘9988행복나누미’와는 다른가.

“그렇다. 전국에서 진천·청양군 두 곳이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로 운영되고 있다. 진천군 어르신들이 혜택을 보는 셈이다.”

박승구 진천군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박 지회장 오른편이 송영관 사무국장.
박승구 진천군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박 지회장 오른편이 송영관 사무국장.

박 지회장은 노인대학과 연계된 노인자원봉사클럽의 활성화를 두 번째 성과로 꼽았다. 박 지회장은 “제가 어디서도 늘 자랑하는 사업이 노인자원봉사클럽”이라며 “노인대학을 수료한 분들이 주축이 돼 봉사클럽을 만들어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인대학 수료생이 자원봉사클럽을 만든다고.

“대부분 노인대학을 마치면 그것으로 끝난다. 그러지 말고 배운 것을 활용해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20명씩 클럽을 만들어 유적지 관리, 환경정화, 자연보호 등의 활동을 편다. 동창회도 잘 되고 봉사클럽도 잘 되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문제가 현안인데.

“우리는 일찌감치 군청에서 만든 조례에 근거해 분회장 10만원, 사무장 7만원 그리고 경로당 회장 5만원 등 활동비를 지급해오고 있다.”

박 지회장은 “마을이장도 30만원을 받는 세상에 노인회장들도 지금보다는 더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느냐”며 “며칠 전 군수께 활동비 증액을 건의해 내년부터 분회장 20만원, 사무장 10만원으로 인상해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군청의 협조가 잘 되는 것 같다.

“경로당에서 필요하다면 군수께서 다 해주신다. 경로당 전체에 공기청정기 보급과 관련해 ‘공기만 맑으면 되나, 물도 깨끗해야 한다’면서 정수기를 전 경로당에 보급해주셨다. 지회 업무용 차량 외에 ‘봉고더블캡’도 이번에 지원해주시기로 했다.”

-업무용 차량도 아닌데.

“자원봉사클럽 중에 오래 전부터 활동해온 주거개선봉사클럽이 있다. 젊었을 적 건축업에 종사했던 어르신들이 노인회 봉사활동을 계기로 과거 경험을 되살려 왕성하게 지붕, 담 등을 수리해주고 있다. 여기저기서 의뢰가 들어오지만 현장 답사, 자재 운반 등에 필요한 차량이 없어 불편했다.”

박승구 지회장은 진천 출신으로 37년간 공무원 생활(경영유통, 농정)을 했다. 퇴임 후 진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지냈다. 진천군지회 사무국장을 거쳐 제16대 지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진천군 노인복지관 운영위원, 진천군 사무복지협의회 이사로 있다.

-오랜 공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과거 ‘주민등록 백지’라는 게 있었다. 면 직원이 백지에 인적사항을 기입하면 바로 증민등록증이 되는 것이다. 한 직원이 백지를 분실해 군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만약 간첩이 백지를 주워 악용하면 큰일 나지 않겠나. 경찰서 수사과장 입회 하에 쓰레기 소각장은 물론 화장실 변기통까지 뒤져서 백지를 찾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나중에 불에 타다 남은 조각을 발견해 그 일은 무사히 넘어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도 관여했다고.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당시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한글교실’을 운영했다. 결혼해 한국에 이주해온 외국 여성과 자녀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가장 필요한 우리말과 글을 익히는 걸 도와주었다. 나중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설립돼 자연스럽게 운영을 맡게 됐다.”

-대한노인회와의 인연은.

“전임 지회장의 권유로 노인회에 들어와 사무국장으로 6년간 봉사한 뒤 주위의 권유 반, 제 의지 반으로 지회장 선거에 나섰다.”

-사무국장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회 사정이 여러모로 상당히 열악했다. 경로당 회비로 직원 월급을 주어오다가 당시 지회장의 선거공약에 따라 회비를 받지 않자 사정이 어려워졌다. 인맥을 통해 군청 지원을 받아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 지회 사무실(120평)도 그 때 마련했다.”

진천군지회는 일찍이 진천군 노인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박 지회장은 “직원 25명을 둔 노인복지관과 노인회 두 기관이 일년에 8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한다”며 “지역에선 대단히 규모가 큰 노인복지시설”이라고 밝혔다.

박승구 진천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공직에 있을 때 가깝게 알고 지냈던 마을이장을 노인회에 들어온 이후 다시 만나 뵈니 경로당 회장이 되셨더라”며 “그분들과 함께 어르신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기쁘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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