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을 위한 새로운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을 위한 새로운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1.08.27 14:07
  • 호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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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노인의료비 급증은

모호한 증상 위주 검사·진료하는

질병중심 접근법이 가장 큰 요인

노인 환자의 질병·기능상태를

포괄 파악 후 맞춤형 치료를 해야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 중 하나는 급격한 의료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 증가이다. 2020년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는 41.6%로 지난 10년간 9.3%p 증가했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앓고 있는 질환이 많아 의료기관 이용이 빈번하고, 같은 질병으로 치료받는 경우에도 치료 기간이 길고 합병증이 많아 고령층의 평균진료비는 전체 평균에 비해 약 3배 정도 많다. 앞으로도 노인 환자의 증가에 비해 노인의료비 증가는 보다 가파를 것이며, 이는 향후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2·3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으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하였지만 지난 3년간 건강보험 보장률은 1.6% 오른 64.2%에 그쳐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아직도 높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3.8%로 OECD평균인 14.8%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의료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고령가구 및 사회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의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인의 건강 수준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0년 삶의 질 지표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3.3세로 2000년 76세에서 꾸준하게 상승해 20년 동안 7.3세가 늘었다. 

이는 OECD 평균 80.7세와 비교해도 3세 이상 높다. 하지만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격차는 2000년 8.6세에서 10.2세로 더욱 벌어져 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즉, 수명은 늘어나나 건강을 유지한 상태가 아니라 질병과 기능장애를 동반한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기에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별다른 대책 없이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비 부담 증가와 노인의 불만족스러운 건강수준은 국가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의료비가 급증하는 것은 질병 중심의 접근법이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된다.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중심으로 진료가 시작된다. 그런데 노인분들은 모호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CT나 MRI 등의 영상검사와 혈액검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환자의 현재 상태와 무관한 검사 및 이상소견에 따라 추가 검사와 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환자 상태를 고려하면 치료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질병 위주의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의료비의 증가가 환자의 건강 수준 및 기능상태를 개선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발표한 ‘국민 건강증진 종합계획’(Health Plan 2030)에서는 보건소의 어르신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만성질환 관리 위주에서 벗어나 노쇠 등 보편적 건강관리서비스 체계로 개편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노인 환자의 질병 및 기능 상태를 포괄적으로 파악한 후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여 진료하는 모델이 확산될 필요가 있고 노인의학을 전담할 수 있는 의료인력 육성이 절실하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노인 환자의 기능 유지와 회복을 위한 의료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다 보니 노인 환자에게서 중요한 기능 악화를 예방하고 회복하는 것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다. 특히 급성기 병원에서 질병 치료 후 기능회복을 담당하는 회복기 전문 진료기관이 없어서 노인 환자들이 곧바로 집으로 퇴원하거나 장기요양병원으로 전원돼 기능회복이 늦어지거나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향후 단기간의 회복 및 재활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아급성 의료기관이 필요하며 급성기-회복기-장기요양 기관의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기능악화의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 노인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의료와 복지가 분절되어 있어 치료와 돌봄이 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노인환자에서는 질병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에 치료와 돌봄이 연계되는 통합적인 모델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이 보다 활성화돼야 하며, 거동불편 노인의 의료접근성 증진과 불필요한 입원 감소를 위해 방문진료, 재가 돌봄 서비스 등이 보다 활발하게 수행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와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의 서비스 연계를 위한 정보공유 시스템과 및 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출생률의 감소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고령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와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부담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 생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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