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질’, ‘납치된 국민배우 황정민’을 연기한 황정민
영화 ‘인질’, ‘납치된 국민배우 황정민’을 연기한 황정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8.27 14:55
  • 호수 7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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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배우 납치 실화 다룬 ‘세이빙 미스터 우’ 원작… 몰입감‧재미 상한가

‘신세계’ 등 유명 대사 활용해 웃음 선사… 신인배우 기용해 사실감 높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60여 명의 스태프가 멋진 밥상을 차려놓아요. 저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지난 2005년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 역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황정민의 수상소감이다. 그는 이후 ‘신세계’(2012),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기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가 된다. 헌데 이런 황정민이 납치됐다. 그의 납치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을 만한 소식이지만 의외로 조용하다. 실제 사건이 아닌 영화 속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출연하는 독특한 영화 ‘인질’이 8월 18일 개봉했다. 허구와 현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 작품은 황정민의 유명한 ‘밥상 소감’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영화 속 ‘황정민’(황정민 분)은 개봉을 앞둔 영화 제작보고회와 회식을 마치고 평소처럼 귀가한다. 그러다 집 인근 편의점 앞에서 “악수 한 번만 하자”며 다가오는 불한당들과 시비가 붙는다. 다소 불쾌한 만남을 억지로 무시하고 집으로 향하던 그때 ‘황정민’은 이들에게 순식간에 납치당한다.

“와 진짜 황정민이네”라며 자신을 둘러싼 다섯 명의 납치범을 마주한 황정민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몰래카메라’가 아니냐며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라는 인질범들의 위협이 진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납치범들은 편의점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을 납치하고, 그 사장은 죽인 뒤였다. 이들은 황정민에게 살고 싶으면 카페 알바생과 그의 몸값으로 다음날 저녁 10시까지 5억원을 마련하라고 협박한다. 남은 시간은 불과 15시간. 이 시간까지 정확하게 몸값을 보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그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이번 작품은 2004년 중국배우 오약보의 실제 납치 실화를 다룬 ‘세이빙 미스터 우’(2015)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필강성 감독은 황정민이 본인역으로 출연해 납치당한다는 설정을 더하며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완성한다. 

황정민이 황정민으로 출연하면서 그의 실제 이력은 영화의 감초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중간중간 배우 황정민이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통해 명대사, 예컨대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전투씬에서 내뱉은 “드루와 드루와”라든가 ‘베테랑’ 속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의 대사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러한 대사를 극중에서 재현하는 장면은 납치된 상황이라는 아이러니와 겹치며 웃음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코믹한 영화는 아니다. 당장 살해당해 땅에 묻히더라도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만 같은 음침한 공간에서 황정민이 인질범에게 고문당하고 대치하는 상황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선사한다.

단연 가장 주목할 부분은 황정민이 연기하는 ‘황정민’이다. 예능 방송과 수많은 인터뷰에서 보여진 인간 황정민을 그대로 보여주는 연기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 속 이야기가 허구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사실이라 착각하며 극에 빠져들게 된다. 

또한 이러한 현실감을 생소한 조연들의 호연이 함께 살려낸다. 일부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신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납치범들은 황정민이 납치됐다는 사실감을 끌어올린다. 만약 얼굴이 알려진 유명 배우들이 납치범으로 등장했다면 사실성은 떨어지고 가짜의 세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생소한 신인들이 납치범으로 등장하면서 작품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납치범들의 리더 ‘기완’ 역을 맡은 김재범은 무표정한 얼굴에서 감정이 없는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잘 살렸다. 행동대장격인 동훈을 연기한 류경수도 머리를 짧게 밀어버린 모습에서부터 그가 냉혹한 자라는 것을 나타냄과 동시에 광기 어린 눈빛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이외에도 스크린에서 처음 얼굴을 보이는 정재원과 이규원은 어수룩한 용태 역과 거구의 영록 역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질범들 중 유일한 여자인 샛별 역의 이호정 또한 감정 없는 표정으로 사제 총과 폭탄을 만드는 거친 모습으로 큰 인상을 남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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