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니어연합, 어르신들 "등하교 및 가정돌보미사업"
한국씨니어연합, 어르신들 "등하교 및 가정돌보미사업"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2.27 11:39
  • 호수 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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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평균 12시간이상 떠 안아 스트레스·신체적 고통

아들·딸 “믿고 맡길 곳 마땅치 않아”
올바른 보육제도 통해 짐 덜어줘야

 

#전남 나주에 사는 김화순(68·가명)씨는 최근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고향을 등지고 서울에 올라와 막일에 가까운 육아를 떠안은 뒤 지병인 관절염이 도진 것.
아들의 사업이 부도 위기에 몰린 뒤 며느리가 생활비라도 벌겠다며 상점 계산원으로 취업하는 바람에 돌 지난 손자를 돌보기 위해 한 달 전 서울로 올라왔다. 보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으나 김씨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였다.
하루 종일 10kg 아령을 들거나 등에 지고 다니는 셈이니 팔목이 쑤시고 어깨가 결렸다. 하지만 내색도 못하는 처지. 고향에서 혼자 생활하는 남편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송명화(73·경기 화성·가명) 어르신의 하루 일과는 8살과 4살 손녀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로 시작된다.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니며 밥을 떠먹이는 것도 고역이지만 옷을 입힐 때는 개성이 뚜렷한 손녀들과 신경전도 벌여야 한다.
송 어르신은 의족에 의지하는 지체장애인이다. 2년 전 맞벌이에 나선 딸로부터 두 손녀의 양육을 부탁 받고 성치 않은 몸으로 육아전선에 뛰어들었다. 생활이 빠듯한 딸네 사정을 뻔히 알면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경제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팔순이 넘을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야 할 처지다.

최근 경제가 악화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김화순 씨와 송명화 어르신처럼 손자손녀들의 보육을 떠안는 중고령 여성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육아를 중고령 어르신들이 맡다보니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건강하고 활동력 있는 중고령 여성들을 채용, 보육 현장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반가운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여성 가운데 취업을 중단한 경우가 34%로 나타났다. 취업중단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양육(64.9%)이었고, ‘출산에 따른 직장에서의 불이익’도 12.6%나 됐다.
 

▲ 한국씨니어연합이 추진하는 사업에 파견된 여성노인들은 맞벌이 가정이나 자녀를 돌보기 힘든 가정에 파견, 어린이가 등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취업모(母)가 느끼는 자녀양육의 어려움은 ‘과중한 양육 및 가사부담’이 30.7%, ‘양육비용’ 25.2%,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23.3%나 됐다. 특히 월평균 250만원 미만인 가정에서는 양육비용이 가장 큰 부담의 원인으로 꼽았다.

값비싼 보육시설에 대한 부담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취업모들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직장여성들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에게 육아를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육아를 떠안은 어르신들은 생활환경이 바뀌는 데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육아에 매달리다 보니 건강히 급격히 악화되기 십상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아이를 돌보는 50~60대 여성노인들은 연골이 노화되면서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경우가 많다”며 “황혼에 접어든 여성노인의 몸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손자손녀를 돌볼 때 더 많은 스트레스와 신체적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성노인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시설을 비롯해 맞벌이 가정에 파견, 일자리도 해결하면서 어린이를 돌봐주는 여성노인단체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50세 이상 중고령 여성을 대상으로 보육보조교사 양성 교육에 힘써온 한국씨니어연합(상임대표 신용자·이하 한씨연)은 육아 경험이 풍부한 중고령 여성들을 채용해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 및 가정돌보미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씨연은 파견되는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유아 놀이지도를 비롯해 사고 응급처치 및 간호, 손놀이, 동화구연, 마술 등의 교육을 실시해 자질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사업에 파견된 여성노인들은 맞벌이 가정이나 자녀를 돌보기 힘든 가정에 파견, 어린이가 등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방과 후 부모가 퇴근해 돌아올 때까지 혼자 있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등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자 상임대표는 “손자손녀의 양육을 떠안고 힘들게 생활하는 중고령여성들의 짐을 올바른 보육제도를 통해 덜어줘야 한다”며 “건강한 중고령 여성들을 아이돌보미로 양성한다면 여성노인들의 일자리 해결은 물론 직장여성은 안심하고 일하고, 어린이들은 할머니의 따뜻함을 느끼는 등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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