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 대한노인회 강원 평창군지회장 “지회장은 심부름꾼…어르신들 편하게 모시는데 최선 다해”
김대성 대한노인회 강원 평창군지회장 “지회장은 심부름꾼…어르신들 편하게 모시는데 최선 다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9.03 13:57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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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조금 지회 회식비로 안 쓰고 경로헌장·노인강령 액자 만들어 보급

음료수 박스 싣고 다니다 청소하는 노인 보면 나눠줘…“소소한 보람”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제 차에는 늘 음료수 박스가 실려 있다.”

김대성(76) 대한노인회 강원 평창군지회장의 지회 운영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김 지회장은 길을 가다가 청소하는 노인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음료수 병을 건넨다. 김 지회장은 그런 마음씀씀이로 어르신을 모시는데 최선을 다하고 그런 소소한 일들에서 보람도 느낀다.

지난 8월 30일 강원도 평창군 종부로에 위치한 평창군지회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남다른 지회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평창군지회는 8개 읍·면 분회, 174개 경로당, 회원 9158명이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어느 정도인가.

“저를 포함해 경로당 어르신들 대부분이 2차까지 마쳤다. 경로당은 개방했지만 요즘 무, 당근, 배추 등 농작물 수확철이라 회원들이 많이는 못 나온다.”

-평창의 자연환경이 어르신들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전국에서 펜션이 가장 먼저 생겼고 현재도 가장 많다. 큰 기업은 없지만 오대산 월정사, 금낭계곡, 스키장 등이 밀집해 관광산업이 발달했다. 3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전체 인구 4만1000여명 중 노인인구가 1만2000여명으로 노인회 회원 가입률이 76%에 달한다. 세계 장수촌이 해발 700m에 많이 있다고 하는데 평창도 그 중 하나이다.”

-지회장 해보니 어떠신가.

“지회장은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을 잘 모시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기 첫해엔 야심차게 사업도 여러 개 했지만 갑자기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이 중단돼 아쉬움이 크다. 이번에 게이트볼대회를 성대하게 치르려다 취소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소소한 일들에서 작은 보람을 느낀다. 노인대학에 빠짐없이 나오시는 여성 어르신의 열정에 감동해 운동화 한 켤레를 드렸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께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료들과 같이 일했던 어르신이 이듬해에 탈락돼 남들이 일하는 걸 창문 너머로 보기만 하는 심정이 어떻겠는가. 속병이 생겨 병원에 갈 정도라는 말을 듣고 ‘지회장으로서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김 지회장은 경로당에 지원되는 정부양곡 밥맛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평창에서 생산된 맛 좋은 쌀로 대체했다. 또 회원이 많은 경로당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전화연락을 받고는 사비로 쌀을 보내주기도 했다.   

김대성 평창군지회장(뒷줄 중앙)이 지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임준환 사무국장.
김대성 평창군지회장(뒷줄 중앙)이 지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임준환 사무국장.

-임기 3년째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경로헌장, 노인강령 등 노인회 부착물들이 낡고 미비된 곳들을 발견했다. 큰 글씨로 인쇄해 70×95cm 크기 액자에 담아 전체 경로당에 보급했다. 또 노인회기와 태극기가 없는 경로당에도 두 개 기를 지원했고, 달력도 1000개 만들어 경로당과 원하는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했나.

“지회 자체 운영비로 해결했다.”

-꽤 큰 액수인데.

김 지회장이 대답을 하지 않고 빙긋이 웃자 배석했던 임준환 지회 사무국장이 “지역의 크고 작은 찬조금을 대부분은 회식비에 쓰지만 우리는 회식을 하지 않고 그 혜택이 모두 어르신들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며 “지회 임원이나 직원들은 그런 점에서 홀대(?)를 받는 셈”이라며 웃었다. 이어 “지회장님이 취임 이후 경로당 회비도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내렸다”고 덧붙였다.

-노인일지라는 어떤가.

“시니어클럽 같은 기관들도 있지만 여기는 노인회가 90%를 (노인일자리를)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1300개의 일자리를 하고 있다.”

-주로 어떤 일자리인가.

“경로당 청소도우미를 비롯해 환경정화를 많이 하고 있다. 69만원을 받는 어린이집 급식도우미도 있다.”

-경로당활성화 사업이라면.

“전국에서 흔치 않게 경로당에서 농한기 부업을 하고 있다. 콩으로 메주를 쒀 판매해 수익금을 경로당 운영에 사용한다. 원주시박물관에서 전국 노인을 대상으로 짚풀공예 대회를 열고 있는데 거기에 평창 어르신들이 해마다 대상, 우수상을 휩쓴다. 짚풀공예가 부가가치가 높다.”

-장평에 있는 노인복지관을 위탁·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컴퓨터·스마트폰 교육 등 16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하루 2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한다.” 

지회는 분회 한 곳당 컴퓨터 2대씩 보급을 시작으로 전 경로당에 지원하고 와이파이도 조만간 설치할 예정이다. 지회에서 경로당에 나가 컴퓨터교육을 하기도 한다.

김대성 지회장은 평창 출신으로 평창군축구협의회장(10년), 중앙연맹 강원도 및 평창군 자연보호지도위원회장(40년) 등을 지냈다. 진부면 동산리경로당 회장(4년), 진부면 분회장(4년)을 지냈다. 

-축구협의회장을 오래 했다. 에피소드라면.

“강릉이 축구가 셌고 평창은 늘 예선 탈락이었다. 제가 회장하면서 인맥과 재력을 총동원해 평창 축구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타 지역 축구협회에서 방문하면 서운하지 않게 접대하고 100여명의 축구선수들 회식에다 경기 중에는 김밥도 사다주곤 했다.”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감당했나.

“1960년대 오대산에 들어가 월정사 입구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당시 독점이라 영업이 잘 됐다.”

-대한노인회와의 인연은.

“60대 후반에 주위의 권유로 마을 경로당 회장을 했다. 소 한 마리 잡아 어르신들께 대접하고 관광버스로 관광도 자주 시켜드렸다. 인기가 많았다. 분회장 시절에도 약국 등에서 받은 협찬과 사비를 들여 똑같이 해드렸다.”

-지회장 선거에 나선 배경은.

“하나는 어르신들의 행동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두 번째는 분회, 경로당에서 간혹 발생하는 불화를 지회 상벌위원회에서 강력히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회장이 뭐하나. 그런 일들을 해결하고 통솔해야지.”  

김대성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다목적노인회관을 짓는 게 꿈”이라며 “바둑도 두고 상견례도 하고 어르신들이 즐겁게 쉴 수 있는 100평 규모의 휴식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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