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일부의 일탈로 비난받는 10대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일부의 일탈로 비난받는 10대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9.03 14:07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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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Bad money drives out good).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샴(1519 ~1579)의 경제이론으로 그레샴의 법칙으로 부른다. 그레샴이 살았던 시대에는 현재처럼 지폐가 아닌 은이나 동으로 화폐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때 은의 경우 순도가 떨어진 은화가 악화이고, 순도가 높은 은화는 양화였다. 순도가 낮든 높든 간에 은화의 액면 가치는 같기 때문에 사람들은 순도가 높은 은화를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순도가 낮은 은화만을 거래할 때 사용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를 빗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말이 탄생했다.

경제이론이지만 현재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도 적합한 듯하다. 국내에는 미취학 아동과 보호자를 받지 않겠다는 노키즈존 식당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일부 보호자들의 허무맹랑한 요구에 지친 식당주인들이 이를 도입한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부모가 월등히 많다. 이로 인해 노키즈존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야기할 때 악화가 양화를 몰아냈다고 말한다.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의 한 가맹점이 벌인 일탈로 다른 가맹점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 역시 군대에서 특정 지역 선임들에게 시달리고 나서 한동안 그 지역 출신 사람들을 기피한 적이 있다.

최근 몇몇 10대들이 잇달아 일탈을 저지르며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훔쳐 타다 걸린 학생들이 반성은커녕 되레 취재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욕을 날리고,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이 60대 노인에게 담배를 대신 사달라고 요구하면서 막대기로 보이는 물건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영상이 공개돼 큰 충격을 선사했다. 이 충격적 행보의 정점은 부모 대신 자신을 키워준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수십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10대 형제였다. 이 사건들이 무려 한 주 사이 벌어진 일이다.  

이 뉴스를 접하고 ‘요새 10대들 심각하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이를 바로잡았다. ‘전체 10대들’이 아닌 ‘소수의 10대들’의 문제였던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착실한 10대들이 더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노인들이 저지른 범죄로 전체 노인을 매도하는 것도 부당하다. 모범이 되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일부의 문제로 전체를 매도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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