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등의 힘줄에 생기는 건초염… 반복 동작 피해야
손목 등의 힘줄에 생기는 건초염… 반복 동작 피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9.03 15:31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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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초염의 증상과 치료

과도한 힘줄 사용이 원인… 통풍이나 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기도 

저리거나 붓는 증상 … 통증 심한 부위에 스테로이드제 주사해 치료

[백세시대=배지영기자] 바쁜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고 있는 이영란(58)씨는 언젠가부터 엄지손가락이 저리듯 아프더니 최근에는 손목에 극심한 통증까지 나타났다. 젓가락질마저 힘겨워지자 이씨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손목 건초염’을 진단받았다.

건초염이란 힘줄을 둘러싸고 있는 막(건초 또는 건막) 혹은 막 내부 공간에 염증이 생겨 부위가 붉게 변하거나 붓고 염증 세포가 다른 부위로 침입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건초에는 활액이라는 액체가 들어있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 작용을 한다. 

힘줄이 있는 곳이라면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발병이 가능하지만 주로 손목, 손가락 등이 가장 많고 어깨, 엉덩이, 무릎, 발목 등 비교적 움직임이 많은 관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씨처럼 육아나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들에게 흔히 나타나며, 기압이 낮고 습도가 높은 날에는 관절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신경을 자극해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51만6000명(2016년)에서 160만3000명(2020년)으로 5.8%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연령대별 진료인원을 보면 50대가 24.7%로 가장 많았고, 60대(18.7%), 40대(17.3%) 순으로 나타났다.

이준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건초염이 퇴행성 질환에 해당되지는 않으나, 오랜 기간 과사용과 연관이 있어 젊은 연령에 비해 장기간 직업력이 있는 연령대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면서 “여성의 경우 50대 전후로 폐경에 따른 전체적인 호르몬 변화로 인해 건초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초염의 원인

건초염은 대부분 과도한 힘줄 사용이 원인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부하가 힘줄에 가해지면 건초에서 방어기전으로 많은 윤활액을 발생시켜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과사용에 의한 건초염을 1차적 건초염이라고 하면, 염증을 유발하는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경우를 2차성 건초염이라 한다. 류마티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건초에 자가 면역 세포들이 침투해 자발적인 염증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기타 요산이 침착되는 통풍, 석회가 침착되는 석회성 건염, 세균의 침범에 따른 감염성 건초염이 2차성 건초염에 해당한다. 해부학적으로 정상적이긴 하나 힘줄이 지나는 공간이 좁아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건초염의 증상

건초염이 발병하면 초기에는 저림 증상,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또한 염증이 생긴 부위를 구부리거나 펼 때 움직임이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며, 힘줄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느껴진다. 손목 건초염의 경우,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이 굽혀진 상태에서 완전히 펴지지 않으며, 주먹을 쥔 상태로 손목을 돌리거나 비트는 동작을 할 때 엄지손가락 부근의 손목 관절에서 통증을 크게 느낀다.

증상이 심해지면 ‘방아쇠 수지’ 현상이 나타난다. 간혹 건초염을 방아쇠 수지라고도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방아쇠 수지는 건초염이 심해질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 ‘딸깍’ 하는 소리가 나고 뭔가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든다. 휴식 시에도 통증이 있을 경우 증상이 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이때에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건초염의 진단

건초염은 대부분 환자의 병력 청취와 의사가 직접 진찰하는 이학적 검사로 진단한다. X-ray(엑스레이) 상으로는 석회성 건초염과 같이 일부 염증성 병변에서 진단의 단서를 찾기도 하지만, 뼈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정상으로 보인다. 이에 건초염을 진단하기보다는 관절염과 같은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X-ray 검사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힘줄과 건초를 비교적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고, 증상이 없는 반대쪽과 비교를 할 수도 있다. 다만, 감염성 건초염과 같은 일부의 경우 혈액 검사와 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건초염의 치료

우선 염증이 발생한 부위의 사용을 자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증의 건초염은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물치료와 휴식을 취하면 많이 개선되며, 환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보조기나 밴드로 보호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된다면 통증이 심한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주사해야 한다. 이는 강력한 소염 진통 효과가 있어 붓기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으며, 방아쇠 수지 증상도 대부분 호전된다. 매우 드물지만 협착에 의해 염증이 생긴 경우나 재발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증을 발생시키는 동작, 운동, 업무를 피하는 것”이라며 “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손목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손목보호대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얼음팩을 이용해 부종과 통증을 경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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