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우남 이승만 前대통령 ③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우남 이승만 前대통령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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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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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정의 한국 전통음식 즐겨 건강하고 장수

나라·민족 위한 생각, 80세 넘어서도 ‘총기’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비지찌개 못 잊어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은)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역사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편향성 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고 건강 노년, 문화노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첫 번째로 이승만 전대통령 편을 4회 연속 게재합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12년여 동안 우리나라는 일본과 국교를 맺지 않았다. 거시적인 입장에서 친일잔재를 청산하려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씨는 “닭은 한 번 싸워서 진 놈한테 계속 집니다”라며, “일본에 억눌렸던 당시 기성세대는 일본에 계속 주눅들게 돼 있어요. 그래서 그 어른이 한·일 국교 수교를 안 했던 거지요”라고 국교 단교 이유를 말했다. 국교 수교 필요성이 있었으나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세대로 선수교체하는 데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교 수교를 늦추었다는 것이다.

 

이인수씨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본과의 국교 수교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한 보상 예를 들어서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규모를 제시한 적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이 국교정상화를 주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이 이승만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70대 중반에서 80대 중반에 이르는 백발 노년기에 이승만 대통령이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그러한 숱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대통령의 건강>이라는 책에서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강인한 정신과 건강 비결을 제시한다. 이 대통령은 어려서 마마를 앓은 적이 있었다. 양반 가문이었으나 조선시대 말기 의료 환경이 열악하여 병에 걸렸던 것이었다.

 

6세 무렵, 마마가 얼마나 심했던지 시력을 잃을지도 모르는 정도까지 악화되어 서양식 병원을 찾게 되었다. 소독약 냄새를 맡은 어린 환자는 ‘왜 내’가 난다며 자꾸 병원에서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서양병원의 크레졸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때로부터 70세를 넘길 때까지 평생을 일본과 적대하는 삶을 산다. 

 

청년 시절 이후의 이승만 대통령은 건강했다. 구한말 당시 일종의 시국사범으로 투옥하여 옥고를 치를 때는 견딜 수 없는 고문을 당하고 콜레라가 만연하여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가운데에도 살아남았다. 후일 이승만 대통령은 그 때 살아남은 것이 종교적인 기적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이 건강체질이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남편 이승만 대통령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대통령을 건강하게 한 음식솜씨에 대한 책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대통령의 건강>이라는 책에서 프란체스카 여사는 시종일관 이 대통령이 한국 전통음식에 대해 애착을 보였다고 밝혔다.

 

오랜 서양생활을 하여 한국음식을 경시했을 법한데도 극구 어머니의 손맛이 있는 음식이나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국음식의 한류 가능성을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타고난 건강 치아, 음식 가리지 않는 식성

 

이승만 대통령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오복 중의 하나인 치아가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80세가 넘었을 때에도 경무대 조리사가 제공하는 누룽지를 간식으로 즐겼다고 한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음식 솜씨 좋으셨던 어머님이 담근 동치미와 김치를 먹고 자란 덕분”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려서부터 소금에 절인 김치를 먹고 성장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치아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치아보다 튼튼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 대통령이 하야 후 하와이에서 요양할 때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쓰기도 했다.

 

“의사가 김치는 짜기 때문에 고혈압에 해롭다고 해서 김치를 조금씩 드렸더니 남편은 나에게 ‘김치가 건강에 나쁠게 뭐람. 나 같은 한국인은 김치를 못 먹으면 혈압이 더 오른단 말야’ 하고 투정을 했다.”

 

치아가 좋았던 만큼 이 대통령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즐겼다. 경무대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가끔 야생에서 따먹은 뽕나무 오디, 산속의 머루와 다래, 칡뿌리 같은 것이 먹고 싶다고 찾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어릴적 고향에서 먹던 된장떡과 비지찌개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인수씨는 이승만 대통령과 비지찌개 얘기를 들려주었다. “비지찌개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어머님이 정성껏 해드렸던가 봐요. 하지만 몇 숟갈 뜨고 나서 ‘우리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이 아니야’라고 하시면서도 맛있게 들었다고 해요.”

 

오늘날 시중에서 파는 비지찌개가 바로 그런 비지찌개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조리한 비지찌개는 거칠어서 먹기가 편하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은 바로 그런 거친 비지찌개를 원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통 가정의 평범한 음식을 좋아했다. 그래서 서양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한국인들보다 더 한국음식에 조애가 깊었다. 물김치, 콩나물, 두부, 김, 된장찌개, 콩자반, 생선구이 같은 것은 이 대통령의 생전은 물론이고 지금의 이화장에서까지 단골 반찬이 되고 있다.

 

그래서 프란체스카 여사는 달걀 프라이 대신 새우젓국물로 간을 낸 계란찌개를 더 자주 끓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모친이 새우젓을 넣고 달걀찌개와 두부찌개를 끓였다는 말을 친척으로부터 듣고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식성이 좋았던 이 대통령은 한국 전통의 음식들을 특히 즐겼다. 콩 종류와 나물류는 무엇이나 좋아했고, 특히 산채와 죽순은 신선들의 불로 장수식이라고 하여 귀히 여기기도 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른 봄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 식탁의 별미로 친 음식이 이른 봄 산과 들에서 채취해온 향긋한 나물과 냉이국이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어란(魚卵)과 해산물, 생선찌개를 친척들로부터 선물로 받고 좋아하기도 했다. 또 약과와 튀각과 약식도 즐긴 전형적인 한국인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산해진미를 마다한 것만이 아니라 격의 없이 음식을 즐기기도 했다. 이인수씨는 “술을 좋아한 경무대 주방장 양노인이 새벽에 술국을 끓여 먹다가 들킨 적이 있었다고 해요. 그때 어른은 나무라신 것이 아니라 식탁으로 다가가서 같이 드시자고 했답니다”라고 말했다.

 

식성이 좋았기도 했지만 국부로서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렇게 남달랐던 것이었다.

 

치아가 건강하고 식성이 좋은 이승만 대통령이 건강한 것은 당연했다. 6·25때 목포에서 진해로 가는 피난 함정에서는 프란체스카여사를 비롯해 모두 배멀미로 쓰러졌으나 이 대통령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식사를 못했지만 이 대통령은 군인들 식사인 날된장과 꽁보리주먹밥을 거뜬히 해치우기도 했다.

 

에드워즈 보워츠 박사의 ‘돈 안드는 장수 비결’과 이 대통령의 생활 습관이 비슷하다면서 프란체스카 여사가 제시한 10가지 비결을 살펴본다. 첫째, 과식을 피하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한다. 둘째, 신체 내외를 정갈히 한다. 셋째,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넷째, 운동을 적당히 한다. 다섯째, 잘 웃고 즐겁게 산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도록 많이 웃고 유머러스하게 생활한다. 여섯째, 질투와 노여움을 갖지 않는다. 일곱째,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여덟째,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 아홉째, 공공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열번째,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계속>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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