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탈영은 일반적인 게 아니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탈영은 일반적인 게 아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9.10 13:51
  • 호수 7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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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D‧P’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D‧P는 ‘Deserter Pursuit’(탈영병 추적)의 약자로 헌병(군사경찰) 군무이탈체포조를 뜻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널리 알려졌지만 필자를 포함한 비헌병 출신은 보통 ‘사복 군인’ ‘장발 군인’ ‘군인 형사’ 등으로만 알고 있었다. 보통 사단급 규모 부대의 헌병대에서는 1개의 D‧P조(2인 1조)로 운영된다. 사단 내 헌병 중 단 2명만 D‧P로 선택된다고 볼 수 있다. 부대 여건에 따라 D‧P를 운영하지 않는 곳도 있다.

드라마 ‘D‧P’는 2015년 연재돼 인기를 끈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을 그린 작가 김보통은 D‧P출신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냈고 이는 곧 드라마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D‧P’는 특히 자식을 보낸 엄마 등 여성들에게 유독 인기를 끌고 있다. 정해인, 구교환 등 매력 넘치는 남자배우의 출연도 한몫했겠지만 부조리로 가득한 군대 이야기의 힘도 컸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남자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반면에 남성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해 1화만 보고 껐다”는 평이 많다. 미필 남성들은 “드라마를 보고 군입대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필자는 군대에 대해 ‘흙수저로 입대해 금수저로 전역하는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군대는 참 신기한 곳이다. 입대할 때는 누구나 서열이 밑바닥이다. 신병 교육을 받고 자대 배치를 받으면 보통 100명이 넘는 병들로 구성된 1개 중대가 단체생활을 한다. 입대 전 명문대를 다녔든, 유망한 인재였든 상관없이 이등병 때는 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받으며 100여명의 고참들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시기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군대는 사고만 치지 않으면 계급이 올라가고 알아서 후임병이 많아진다. 사격을 못해도, 작업을 못해도, 실수 투성이어도 전역하기 직전에는 고참으로서 특혜를 누린다. 즉, 아직 고참이 더 많은 일병까지는 시달릴지 몰라도 상병 이후부터는 적어도 병 사이에서는 함부로 못 건드리는 포지션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먼저 전역한 선배들도 “군 생활 기간의 절반만 잘 버텨라”라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한다.

또 요새 군대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 자식과 손주가 군대에 갔다고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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