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아이 안 낳는 진짜 이유
[백세시대 / 세상읽기] 아이 안 낳는 진짜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9.10 14:15
  • 호수 7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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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이다. 정부는 아이 좀 낳으라고 2006년부터 작년까지 200조원을 풀었지만 출산율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왜일까. 무슨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 걸까. 양육비 걱정에? 아이 키울 공간이나 사람이 없어서? 아니면 시대적 자연현상이라서? 이런 의문들은 피상적인 것일 뿐 정답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많은 식자층은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잠재적으로 이 나라에 실망과 좌절, 환멸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젊은 사람들에게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을 앗아간 것일까.

첫 번째가 부동산 정책이다. 수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세 배 올랐다. 1억원은 평생 모으기 힘든 돈인데 아파트에선 ‘껌’값이 돼 버렸다. 집값이 변태(?)적으로 뛴 건 정부의 무능과 실책 때문인데도 이 정부는 국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런 말을 듣는 국민은 자기 집에 대한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만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을 포함,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3곳이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난맥을 지적하는 합동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했다”며 “정치가와 공직자들이 실정(失政) 책임을 국민 탓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19쪽짜리 보고서에는 이런 부분도 나온다. “실제로 주택 소유자는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거래 절벽’에 신음하고, 실수요자는 ‘매물 잠김’으로 예산과 조건에 맞는 주택을 찾아내지 못해 밤마다 울고 있다.”

이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도 국민보다 한수 위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의 2018년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전에 서울 흑석동 상가빌딩을 매입해 1년 뒤 되팔아 1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물론 여론의 뭇매와 국회의원 입성에 따른 비난을 물타기하기 위해 시세 차익을 기부했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평생 ‘투기의 귀재-흑석 선생’이란 닉네임이 따라다니게 됐다.

두 번째는 낙하산 보은인사이다. 연봉 수억 원대의 회전의자에 정권의 코드인사를 내려 보내 상식과 도덕을 지키며 살아온 국민의 마음에 절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 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공정’·‘정의’는 ‘불공정’·‘불의’로 바뀐지 오래 됐다.

금융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된 금융계 임원 138명 중 32%가 친정권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채워졌다. 실례로 금융 이력이라곤 전혀 없는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20조원 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본부장에 낙점했다. 천경득 전 선임행정관은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강희중 전 행정관은 승강기안전공단 이사, 노정윤 전 행정관은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홍희경 전 선임행정관은 한국문화정보원장 자리를 꿰찼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노후의 안전판인 연금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데 세금 7조원이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근로자와 기업이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직역연금은 정부가 고용주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내고 적자도 메꿔야 한다. 평균 공무원들의 연금 수급액은 월 267만5600원이다. 같은 기간 동일한 평균 급여를 받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예상 연금액은 113만5000원이다. 무려 2.36배를 받는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의 적자는 올해 6조7000여억원에서 2025년엔 11조3000여억으로 늘어난다. 당장 손을 보지 않으면 국민이 이들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앵벌이’를 해야 할 판이다.

학계 전문가들은 “불평등한 연금정책을 방치해 국민의 미래부담이 늘어나게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연금 개시 나이를 늦추거나 국가의 보험료 부담률을 낮추든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위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려 국민혈세를 낭비하기 전에 위에 언급한 불공정· 비도덕적인 정치 행태를 바로 잡으면 출산율은 저절로 올라간다. 누구나 정상적인 나라에서 자식을 낳아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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