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여성 배움터’ 양원초등학교 234명 빛나는 졸업장
2월 25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배움의 때를 놓친 중고령 여성들에게 만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최초의 성인대상 초등학력 인정 학교인 양원초등학교의 첫 졸업식이 열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234명의 졸업생 사이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졸업식에 참석한 전순이(68)씨는 오늘 졸업식이 꿈만 같다.
지난해 5월 ‘난소물혹’ 판정을 받은 뒤 ‘죽음’까지 생각했던 터라 더욱 의미가 큰 자리다. 전씨는 투병생활로 인해 많이 야위었지만 졸업장을 손에 쥐는 순간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2년 전 허리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애꿎은 허리 통증 약만 지어줬다. 약을 아무리 잘 챙겨 먹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통의 나날을 보냈지만 학교는 단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한을 풀라며 딸이 소개해 들어간 학교다. 진통제를 벗삼아 학교에 다녔다. 결국 지난해 초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 난소물혹 수술을 받았다.
몸이 아픈 것 보다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게 더 가슴이 아팠다. 하늘도 전씨의 마음을 알았을까. 회복기간은 무척 빨랐고 7개월 만에 다시 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
전씨는 “졸업식에 참석하니 꿈만 같다”며 “건강 상 중학교 진학은 일단 접었지만 공부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졸업장을 받은 최고령 원춘희(81) 어르신은 “60년 전 헤어진 남편에게 가장 먼저 졸업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원 어르신은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여덟에 결혼했다. 하지만 첫 딸을 낳은 지 채 한 달도 되기 전 남편이 전쟁터로 끌려갔다. 남편이 “반드시 살아오겠다”며 떠난 뒤 6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원 어르신은 “지난해 가을 단양 수학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됐다”며 “글을 몰라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다니는 것도 겁이 났는데 혼자서도 일처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날 함께 졸업장을 받은 이수미자(69)·이좌순(61) 자매는 중학교에 진학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 전통음식점을 차리는 꿈을 꾸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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