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18] 의식은 사람을 해치는 창칼과 같다
[채근담 다시 읽기 18] 의식은 사람을 해치는 창칼과 같다
  • 백세시대
  • 승인 2021.09.17 13:33
  • 호수 7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식은 사람을 해치는 창칼과 같다

구름과 안개의 그림자 속에 진짜 모습이 나타나면 비로소 몸이 구속돼 있음을 깨닫게 되고, 짐승과 새의 소리를 통해 자성의 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감정과 지식이 곧 창과 칼임을 알 수 있다.

雲烟影裡現眞身  始悟形骸爲桎梏

운연영리현진신  시오형해위질곡

禽鳥聲中聞自性  方知情識是戈矛

금조성중문자성  방지정식시과모


◆만해 강의

인간의 진짜 실체는 구구한 육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꿰뚫어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하고, 공간에 가득 차서 퍼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므로 흰 구름, 푸른 연기의 그림자 속에서도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구름과 안개의 그림자 속에 진짜 모습을 나타내면 육체가 차꼬(발에 채우는 형벌도구), 수갑과 같은 것임을 깨달을 것이다. 육체로 인하여 갖가지 욕심이 생기고 여러 고통을 낳아 자유를 속박하는 느낌이, 사람에게 차꼬와 수갑을 채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과 지식도 자기 성품에서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넓고 텅 빈 인간 본체는 구구한 감정과 지식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곳, 모든 사물에 드러나지 아니함이 없다. 그러므로 뭇 짐승들의 소리 가운데서도 족히 자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만약 이 이치를 알면 감정과 지식이 창과 같음을 알 것이다. 감정과 지식은 물욕과 망령된 생각에 가려져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이 서로 충돌하여 여러 번뇌를 낳는다. 이는 창이 서로 대적하여 사람을 해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그 미묘한 이치를 잘 음미하면 수양의 참뜻을 얻게 될 것이다.

◆한줄 생각

육체는 차꼬와 수갑이고, 감정과 지식은 창‧칼이란다. 사노라면 분노와 복수심으로 이를 가는 사람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통제에서 벗어난 감정과 지식은 먼저 자신을 해치고, 끝내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써야 할 것들이 남을 해치는데 쓰이는 건 비극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