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선 대한노인회 강원 인제군지회장 “시니어클럽 관장으로 일자리 1300여개 관리…노인들 행복지수 높아”
박기선 대한노인회 강원 인제군지회장 “시니어클럽 관장으로 일자리 1300여개 관리…노인들 행복지수 높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9.17 13:41
  • 호수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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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서 지회에 월 100만원 지원, 명절엔 경로당 회장에 과일도 

인제군수, ‘부모처럼 잘 모시겠다’며 노인회 건의 대부분 들어줘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난 9월 13일, 대한노인회 강원 인제군지회 회관으로 사용 중인 장수노인회관 현관. 늦여름 땡볕에 인제군지회 직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1톤 트럭에서 과일 박스를 내리고 있었다. 

박기선(77) 인제군지회장은 “백담사에서 올해 설에 이어 추석에도 경로당 회장들께 명절 잘 쇠라며 특급 배 120여 개 박스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주지스님께서 지회에 월 100만원씩 수년째 지원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박기선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인제군지회는 6개 읍·면 분회, 88개 경로당, 대한노인회 회원 4557명이 있다. 인제 군민은 약3만5000명, 노인인구는 6521명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다 마쳤는지.

“우리는 지난 6월에 2차 접종까지 다 마쳤다. 그런데 경로당을 다녀야 하는 젊은 직원들이 (나이 제한으로)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군청에서도 안 된다고 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께 상의하자 힘을 써주셔서 바로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인제군 덕분에 대한노인회 직원들이 백신 접종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거다(웃음).”

-백담사에서 과일을 보낸다고.

“전임 지회장 때부터 있어온 게 주지스님이 바뀌어도 이어져 오고 있다.”

무산 조오현 스님은 생전에 노인을 배려하고 노인회를 각별하게 대했다. 하안·동안거 해제 법회에 노인회장을 초대해 옆 자리에 앉게 하고 식사를 같이 하곤 했다. 그러던 중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자 스님은 인제군지회에 5억원이란 거액을 내놓았다. 

박 지회장은 “3억원은 경로당에 나눠주고 나머지는 지회 통장에 예치돼 있다”며 “그것으로 경로당 회장, 사무장들 산업시찰을 가곤 했는데 이자율이 높지 않아 모았다가 3년마다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산 스님은 시조시인이기도 했다. 노인회는 고마움의 표시로 지회 건물 앞에 스님이 남긴 시조를 새긴 시비를 세웠다. 

-지역사회가 노인회에 잘 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 인제군 농협과 축협서도 해마다 경로당 한 곳 당 60만원, 4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새마을금고도 매년 20만원씩 해주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사정이 어렵다며 건너뛰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경로당을 대상으로 순회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강북 연세사랑병원, 21세기병원, 연세학생 의료봉사단이 연2회 분회 별로 진료를 해주고 있으며, 보건소도 월 4곳 씩 연 48개 경로당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보살펴주고 있다.

-지회장 취임 4년째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선거공약이기도 했지만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활동비가 명년에는 5만원씩 인상이 가능할 것 같다. 인제군은 일찌감치 조례를 제정해 지급해오다 지난해부터 ‘지역봉사지도원’으로 항목을 바꿔 분회장 10만원, 경로당 회장 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는 타 지회가 우리 조례를 가져다 참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성과라면.

“경로당 비품 지원을 비롯 경로당 환경개선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 경로당에 배급하던 쌀(정부미)을 밥맛 좋은 ‘인제 오대미’로 바꿨다. 전 경로당에 대당 180만원 상당의 안마의자도 보급했고 한궁과 식판도 들어갔다.”

-군청의 노인회 협조는 어떤가.

“인제군수께서 늘 ‘부모처럼 모시겠다’며 노인회가 건의한 건 100% 가까이 들어주신다. 노인대학에 점심을 제공하는 지회가 별로 많지 않은데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하는 노인대학과 노인대학원에서 점심을 제공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 경로당 신축 및 리모델링도 깔끔하게 해나간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런 지원들이 가능한 건 노인을 배려하겠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지회장 활동비도 내놓았다고. 

“선거공약으로 지회장 활동비를 내놓겠다고 했다. 쌀·사과를 구입해 경로당에 전달해오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정은 어떤가.

“제가 인제군 시니어클럽 관장으로 노인일자리를 관리하고 있다. 올해는 도로변·하천 환경정화 등 총 1300여개가 있다. 어르신들 건강도 좋아지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 행복해 한다. 지회는 취업센터장이 민간취업 알선을 담당하며 현재 목표량(140명)에 근접했다.”

박기선 강원 인제군지회장(왼쪽 두 번째)과 직원들이 지회 건물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박 지회장 오른편이 정광식 지회 사무국장.
박기선 강원 인제군지회장(왼쪽 두 번째)과 직원들이 지회 건물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박 지회장 오른편이 정광식 지회 사무국장.

박 지회장은 “인제군에만 있는 일자리 중 산불감시요원이 있다”며 “경로당 회원 3~4명이 산불예방 일을 하면 개인이 아닌 경로당에 한 달 14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밝혔다.

박기선 지회장은 양양 출신으로 군 제대 후 인제에 정착했다. 체신공무원 생활을 24년간 했다. 50대 초반에 퇴직 후 거주지에서 마을이장을 9년간 했다. 인제군 민족통일협의회장, 인제농협 영농회장을 지냈다. 대한노인회 인제읍 남북1리 경로당 회장(5년), 인제읍 분회장(5년)을 지냈다. 

-체신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우체국 공무원으로 예금·보험을 담당하며 힘들게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계산기, 컴퓨터가 없던 시절, 아들에게 주판을 배워 겨우 출납일보 수입·지출을 맞췄다. 학생·군인 대상의 정기적금도 취급했는데 제대 병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그들 적금의 이자 계산을 수기로 해주느라 며칠씩 밤을 새우기도 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공무원을 끝내고 마을이장을 하면서 주위 권유로 경로당 회장을 겸직했다.  분회장이 그만둬 치르게 된 선거에 나가 경로당 회장님들이 밀어줘 당선됐다. 노인회에 몸을 담은 이상 지회장으로서 지역 노인사회에 봉사하자는 생각을 갖고 지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선거마다 이긴 셈이다. 비결이라면.

“분회장 시절 노인회 행사가 있으면 가장 먼저 찾아가 입구에 서서 경로당 회장님들에게 인사하며 얼굴을 보였다. 인제군수 선거운동원을 두 번 한 전력이 있어서 악수를 하는 순간 내 표인지 아닌지 느낌으로 안다.”

-지회 운영에 어려운 점은.

“간혹 지회 임원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봉사의 자세를 절감한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은.

“노인복지관 마련의 꿈을 이루고 싶다. 현재의 노인회관은 회의실이 좁아 사업 운영에 불편하다. 군수로부터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널찍한 건물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노인복지관 완공을 봐야 할 것 같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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